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6 <거장, 그 위대함을 위하여…>

<브람스 이중 협주곡>으로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를 미리 만나다!

“언제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다가올 수 있습니다.

생각했던 만큼 또 연습한 만큼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 속상한 마음으로

무대를 내려와야 할 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본인의 마음을 꿈틀거리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인이 가장 큰 열정을 담아낼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입니다.”

17세에 국립빈음대 최연소로 수석 합격한 이후 국내외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이전에 비해 상당히 분주한 시간을 지나왔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본인에게 지난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2007년 10월 러시아에서의 첫 해외 공연을 시작으로 지난 4년간 정말 바쁘게 지냈습니다. 학교 공부와 연주를 병행하느라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시간이 좀 흐른 뒤 돌이켜보니 제 인생의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시기에 게으름 부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데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좋은 결과는 땀을 흘리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말을 항상 명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연주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는 무엇입니까.

매번 연주 때마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이기 때문에 모든 연주가 하나 같이 소중하고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를 뽑으라면 아마 당연히 작년 7월 미샤 마이스키와 함께 무대에 선 1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베토벤의 3중 협주곡>과 <브람스의 2중 협주곡>을 연주했는데요. 진정한 대가를 가장 가까운 무대 위에서 지켜보고 같이 리허설하고 연주하고 하면서 배운 점들은 제 음악 인생 평생에 가장 큰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대전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지난 해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함께 연주한 곡이기도 하죠. 연주 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뿐 아니라 관객과 비평가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은 만큼, 대전관객들의 기대 또한 큽니다. 관객들이 어떤 부분에 주목해서 들었으면 하는지요?

<브람스의 2중 협주곡>은 바이올린, 그리고 첼로 연주자 모두에게 높은 기교와 음악성을 요구하는 곡입니다. 브람스 특유의 웅장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섬세한 멜로디들의 조화, 첼로와 바이올린 두 악기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협동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이 장대한 오케스트라 반주와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적 묘미에 주목하며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첼리스트 키릴 로딘과는 이전에도 함께 연주한 적이 있죠. 연주자와의 음악적 호흡은 어떤가요.  

키릴 로딘 연주자와의 인연은 2009년에 러시아 야로슬라블(Yaroslavl)에서 <브람스 2중 협주곡>을 연주하며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러시아에 유난히 한국 학생이 많은 데다, 그가 본래 한국 사람에 대해 유독한 정을 갖고 있어서, 금새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가 선배연주자로서 그리고 음악선생님으로서 이끌어주고 지지해준 덕분에 연습기간 동안 많이 배울 수 있었고, 그 결과 첫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친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도 1년에 한 번씩은 함께 연주할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고 연주가 기다려집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독주형식의 협연이 아닌, 앙상블형식의 협연을 선보일 기회가 많았습니다. 음악적인 선호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특별히 앙상블 협연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작년에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함께했던 연주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하지만, 확실히 홀로 전 곡을 이끌어 가야하는 독주형식의 협주곡보다는 다른 악기와 협동해서 완성하는 앙상블 형식의 협주곡이 연주자에게 부담이 덜 되는 것 같긴 합니다. 국내에서는 공교롭게도 앙상블 협연을 선보일 기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무대의 70% 가 독주협연이고, 30%가 앙상블협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주로 연주활동을 위해 방문하는 것이 전부일 텐데요,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먼저 만들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만나 지난 소식을 전하며 이런 저런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구요. 올해에는 아쉽게도 분주한 일정으로 인해 한국에 오래 머물지 못한답니다. 오는 12월에 성남시립교향악단과 연주를 예정하고 있어서 그 때 다시 한국에 올 것 같습니다.

2007년부터 한국을 떠나 유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적잖은 유학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또 그런 시간들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머나먼 타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문화와 다른 사람들, 다른 언어 이외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야 하는 생활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도 결국 한 순간일 뿐이고, 그 순간이 지나면 제 자신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게 된답니다. 그 머나먼 타국까지 나를 이끈 원동력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하여. 그건, 아마도 새로운 것에 대한, 보다 높은 것을 배우고 성취하겠다는, 도전 정신과 음악에 대한 저만의 열정과 사랑이 아닐까요.

다음 연주계획은 무엇입니까.

대전시립교향악단과의 연주 후 바로 다음 날 유럽으로 돌아가는데요. 며칠 후 루마니아 바카우에서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입니다. 그 후엔 7월 27일에 체코 남부에 있는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피아니스트 콘스탄틴 쉐르바코프와의 연주를 위해 준비해야 하구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음악의 세계는 배움의 끝이라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높은 정상에 서서도 항상 겸손함을 잃지 않고 본인의 연주를 갈고 닦고 연습하던 거장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말입니다. 저도 항상 더 좋은 음악을 위해 고뇌하고 연습하고, 또 그것들을 관중들과 공유함으로써 그 안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연주자로 평생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