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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연주
Name tapdongi
Date 19/02/18
File 공연후기(차이콥_로코코_쇼스_교...[21kb]
올겨울에는 눈구경을 못했는데 날리는 약간의 눈발이 겨울을 느끼게 해줍니다. 비와 섞인 겨울의 분위기는 조동진의 노래 “겨울비 내리던 밤 그대 떠나 갔네~”, 김범룡의 “겨울비 내려와 머리를 적시네~” ㅎㅎ 이런 노래를 흥얼거리게 합니다.

연주전의 튜닝 소리. 그 속에는 오늘 연주할 곡들이 혼란스럽게 섞여 있다가 연주가 시작되면 정연한 선율들이 흘러나오니 참 신기합니다. 오늘도 꽉 찬 객석을 보며 저드 님의 저력과 대전 시향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는 시작부터 음산한 선율이 쏟아져 나옵니다. 낮은 저음현과 관악기가 불안한 사랑을 드러냅니다. 바이올린의 날카로움. 그 중간 중간에 달콤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음산함 속에 섞여 반짝거립니다. 점점 치닫는 소리의 절정. 탐탐이 촹~ 울리고 고조되는 고음 악기 소리에 감정은 휘몰아칩니다. 불안한 사랑. 금지된 사랑의 두려움이 긴장된 악기 소리로 숨을 죽입니다. 저드 님의 손길로 곡은 만들어지고 비극적 이야기는 음악으로 그려집니다. 음악은 두렵고 긴장된 소리들로 검은 구름 속에 밝은 해를 숨기듯 우르릉거립니다. 저드 님의 지휘와 곡 해석은 시향 단원들과 긴밀한 호흡으로 그려내고자 하는 음악의 색깔을 잘 드러냅니다. 첼로 소리의 깊고 낮은 처연함, 탄식 소리 같은, 깊은 한숨 소리 같은 클라리넷 소리는 참아온 눈물의 흐느낌 같은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목소리 같습니다. 아리 셰퍼의 그림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떠올리며 음악을 듣습니다. 사연이 있는 음악. 사연이 담긴 음악은 더 애절하고 안타깝게 들립니다. 하프 소리도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소리도,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첼로 소리도, 플루트 소리도 애절한 선율을 타고 애를 끊습니다. A석 앞자리에서 들으니 연주하는 모습도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보여 음악에 더 몰입하게 됩니다.
튜바, 트럼본, 트럼펫 소리는 하늘의 천둥소리처럼 마음을 두드립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이 뒤섞여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연주는 완벽하게 흐트러짐 없이 곡의 분위기와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짧은 단막극에 장편대하소설의 장엄함과 웅장함을 담아낸 듯합니다.

차이코프스키 [로코코 변주곡]. 예정되었던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도 참 기대를 많이 했던 곡인데 연주자의 사정으로 갑자기 변경되었지만 로코코 변주곡도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아쉬움이 기대로 바뀌었습니다. 거기에 송영훈 씨의 연주라니.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기대감으로 연주회장을 찾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무대로 등장하는 송영훈 씨. 유명 연주자의 여유로운 표정을 봅니다. 아~ 로코코 변주곡 처음 이 선율. 첫소리에 역시 실황음악의 매력에 빠집니다. 호른 소리 좋습니다. 풍성한 음색과 강약. 그리고 이어지는 첼로 소리. 첫소리만으로 오늘 연주는 훌륭할 것을 예감합니다. 듣고 싶던 그 음색과 선율이 마음 속 선율과 만났을 때의 즐거움을 오늘도 느낍니다.
송영훈 씨는 곡을 온몸으로, 자신의 소리로, 그러면서도 원곡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표현합니다. 이럴 땐 앞자리의 특권. 가까이에서 솔리스트의 표정과 몸짓과 첼로의 울림을 만끽합니다. 여유로우면서도 기교를 드러내고 정열적이면서도 절제된 소리는 지판을 짚고 누르고 핸들링하며 뽑아 올리는 소리의 굵기로 가장 끝을 짚고 내는 예리함으로 멋지게 드러납니다. 아침 햇살의 따스함과 여유로움 같기도 하다가 눈감고 느끼는 햇살의 밝음 같기도 하고 사뿐사뿐 걷는 맨발의 산뜻함 같기도 하고 환하게 웃는 웃음 같기도 한 밝음이 호화롭습니다.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가 저렇게 딱 맞는 호흡으로 연주하니 얼마나 짜릿하고 흐뭇한지. 송영훈 씨 연주를 참 잘하네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멋지게 연주하네요. 첼로 하나로 꽉 찬 객석을 압도하고 숨죽이게 만듭니다. ㅎㅎ 거기에 잘 생기기까지 해서 소리도 더 멋지네요. 이어지는 카덴자. 마음껏 연주하지만 빈틈없는,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숨 막히게 만드는 연주입니다. 6변주의 느림은 차이코프스키만의 애절한 아름다움입니다. 눈감고 연주하며 심금을 울리는 저 첼로 소리. 가장 끝을 찌르고 7변주는 빠르고 활기차게 속주 하니 감정은 흥분되고 고조됩니다. 마지막으로 치닫는 소리의 절규. 저절로 지어지는 표정과 몸짓, 움직임이 자유롭고 멋집니다. 오늘 또 멋진 음악 선물을 받았네요. 연주 후에 보내는 박수소리에는 환호와 찬사가 가득합니다. 음악으로 하나 된 감동의 덩어리. 아쉬움에 연주자를 계속 불러냅니다. 앙코르 곡은 첼로를 기타처럼 손으로만 퉁기며 피치카토로 연주하는데 신선하네요. 피아졸라 같기도 하고 자유로움과 파격이 보입니다. 앵콜곡은 술칸 신차제(Sulkhan Tsintsadze)의 ‘첼로 독주를 위한 촌구리(Chonguri for Cello Solo)'라고 자막으로 소개를 해 줍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송영훈 씨가 2017년 7월 대구시향과 하이든 첼로협주곡 협연 후 앙코르 곡으로 연주했다는 정보가 있네요. 손가락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네요. 송영훈 씨의 젊음에 여유로움과 중후함까지 갖춘 연주에 흠뻑 빠져 들었습니다.

오이돈,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적 서곡(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오마주)]. 대전 시향의 이런 시도. 곡을 위촉해서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선보이는 색다른 노력에 고마움을 느끼고 감동합니다.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오마주라니! 낯섦과 새로움이 불러일으키는 호기심이 가득 넘칩니다. 모든 악기가 하나의 주제로 모이고 표현됩니다. 타악기 소리도 신선하고. 잘 차려진 코스 요리를 즐기는데 오늘 나만을 위한 쉐프의 특별 요리를 맛보는 것처럼 기분 좋은 배려에 감동하여 웃는 기분입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곡에 대한 진지한 접근에 박수를 보냅니다. 연주 후 작곡가를 무대 위로 모셔 객석에 인사를 합니다.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것을 듣는 기분은 얼마나 감동적이고 벅찬 순간일까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6번. 마리스 얀손스 지휘의 음반을 연주전에 계속 들으며 기다렸습니다. 1악장 시작부터 와우! 저음현악기 소리 참 좋네요. 무대 오른쪽 앞에 비올라가 배치되어 첼로 소리와 함께 저음의 풍부함을 더 잘 드러냅니다. 뒤이어 바이올린 소리. 쇼스타코비치 곡이 갖는 특유의 음색이 드러납니다. 호른의 시원함. 관악기와 어우러짐. 늘 느끼는 거지만 각 파트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합해진, 빈틈없음에 또 한 번 감동합니다. 계속 듣던 음반 속 연주와 연결되며 번쩍 눈 뜨고 듣습니다. 1악장은 첼로가 주연입니다. 유심히 듣다보니 첼로 이송희 수석이 안보이네요. 결국 터지는 관현악 소용돌이. 크고 거대한 소리의 파도는 더 큰 울렁거림을 감추고 있습니다. 잉글리시 호른 소리가 앞에서 폭풍 전 파도 위의 배처럼 잔잔함을 보이고, 플루트와 오보에도 수면 위를 날아가는 새처럼 평화롭습니다. 바이올린 활 소리의 낮게 깔리는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찌름과 반복적인 리듬. 그 위로 오보에의 가냘픈 선율. 무언가 일어나기 전의 전조증상을 예감하며 주의 깊게 듣게 합니다. 포르테시모 보다 피아니시시모가 더 연주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끊어질 듯 이어지는 현악기의 선율을 끝까지 그만큼의 세기를 연주하는 것을 보는 묘미가 있습니다. 낮고 굵은 색소폰 소리, 바순 소리도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1악장 내내 팽팽한 긴장감에 숨죽이고 듣습니다.
2악장 빠르게. 1악장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빠르기.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의 피치카토, 목관악기의 빠른 오르내림. 잡아채는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 부드러운 목관악기마저 빠르고 날카로워졌습니다. 그렇죠. 쇼스타코비치 곡의 시원함. 타악기와 기관총 소리 같은 작은북소리. 다채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합니다. 악기가 낼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모두 보는 듯합니다. 끓어오르고 두근거리게 하고 가슴 뛰게 만드는 선동하는 리듬. 음악에 선동되어 꼼짝 없이 일어서서 따라갑니다.
3악장 매우 빠르게. 지금까지의 빠르기에 더 빠른 리듬. 빠름은 정신을 잃게 만듭니다. 정신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바이올린의 활은 음악 채찍입니다. 목관악기는 호각소리처럼 긴장시킵니다. 빠름을 제어하는 저드 님의 손길. 산뜻한 빠르기. 명쾌하고 분명한 빠르기. 당당함이 빠르기를 지배합니다. 엇박과 정박의 일체감. 타악과 현악의 일체감. 이런 어울림이주는 신비로움. 김필균 악장의 바이올린 솔로의 현란함. 코너를 도는 스피드 스케이팅처럼 날렵합니다. 너무 좋은 연주는 늘 들을 때 끝이 다가오는 아쉬움에 안타깝습니다. 곡은 가장 크고 화려한 끝을 예감합니다. 아. 절정을 향한 타악기 소리. 금관악기의 치솟는 소리. 오늘 온 관객은 정말 큰 선물을 받은 겁니다. 매번 이렇게 멋진 선물을 주시다니 참 감사합니다. 연주 후 피콜로, 오보에, 플루트, 바순, 클라리넷, 호른, 색소폰, 타악기 연주자들을 차례로 일어서게 하니 일어설 때마다 박수 소리는 점점 커집니다. 박수 받아 마땅한 연주입니다.

저드 님과 류명우 지휘자가 함께 무대로 나와 타 지역에서 연주회에 온 관객을 환영합니다. 대전방문의 해 3년 중 첫 해의 의미와 취지를 소개하며 성공적이고 더 풍성한 연주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앙코르 곡으로 대전시향 초대 상임지휘자이신 고 정두영 선생님이 작곡하신 ‘사랑’을 연주합니다. 이렇게 의미 있고 감동적인 선물에 또 선물을 받습니다. 피아니스트이신 사모님을 모셔서 오케스트라 버전의 악보를 선물하는 감동적인 장면. 이렇게 흐뭇하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앙코르곡이 있을까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랑의 곡조. 음악을 들으며 저절로 사랑의 구절을 읊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언제나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 하며 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영원토록 변함없네.
사랑이 사랑으로 이어지고 사랑으로 하나 되게 만드는 이 멋진 날. 앞으로도 대전 시향의 감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답변]
작성자 admin
등록일 19/02/18

tapdongi님의 공연후기에 감사드립니다.

 

tapdongi님의 공연후기를 읽다보니, 저도 공연 준비하던 시간들과 공연 중 느꼈던 점들이 그대로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뭉클합니다.

 

모든 음악이 그렇지만 첫 곡이었던 차이콥스키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는 배경을 알고 들으면 느낄 수 있는 폭이 몇 배는 큰 곡인 것 같습니다.

 

이 곡을 들을때마다 저는 차이콥스키가 단테의 '신곡'을 읽고, 얼마나 큰 감명을 받았는지.. 생생하게 느껴진답니다.

 

송영훈 첼리스트의 연주, 말씀하신 것처럼 두말 할 나위 없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남자인 저도 송영훈 선생님의 연주를 보고 있으면, 감동적인 연주 뿐만아니라, 멋진 무대매너와 외모까지.. 너무나도 부럽습니다.^^

 

예리하시네요... 이송희 첼로 수석은 건강상 이유로, 이번 공연 편성에서 제외 되었습니다.

 

차이콥스키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러시안 감성에 빠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되셨는지요.

 

'사랑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연주'

tapdongi님께서 써주신 글 제목이 저희한테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찾아주시는 관객분들을 위하여.. 그리고, '대전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외지에서 오시는 분들께

 

음악을 통하여 대전이 큰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대전시립교향악단은 끊임없이 최선을 다하여 정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성스러운 공연후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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