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8년 31살 생애 마지막 해, 슈베르트는 빈의 음악애호가협회에 하나의 악보를 보냅니다. 그러나 공식연주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너무 방대'하고 '연주하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이로부터 10년후인 1838년 슈만은 슈베르트 형의 집에서 한 악보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를 멘델스존에게 보내어 초연을 하게 합니다. 슈베르트 최후의 최대의 교향곡 9번 'Great(그레이트,D.944)'입니다.

이 공연을 자신이 할 수 없는 상황을 맞는 슈베르트는 얼마나 가슴아팠을까를 잠시 생각해봅니다. 어려웠던 환경 속 가장 비참한 생활을 할 때도 자신을 단련시킨 것인지 학대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위대한 소나타 를 완성(1824년)한 슈베르트입니다.

자신의 마음속 롤모델인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공연에서 영감을 얻은 이후, ‘Great’라는 제목을 써놓고 대형교향곡을 만들 기 시작했다는 슈베르트. 조금은 경제적으로 나아진 속에서 자신의 '낭만'코드에 자신감과 힘을 담은 이 마지막 교향곡이 완성됨에도 초연을 하지 못한 그 상황은 '위대한' 슈베르트를 얼마나 절망에 빠뜨렸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위대한 음악 슈베르트 '그레이트'를 감상합니다. 여름의 끝줄날 대전 예술의 전당.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준비한 입니다.

사실 오디오로 접했을 땐 빈의 음악애호가협회는 왜 '너무 방대'하고 '연주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공연장에서 감상하면서 의문이 풀려갑니다.

우선은 슈베르트의 우수에 가득한 서정성에서부터 활력높은 경쾌한 선율까지 그 진폭이 매우 크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 서정과 경쾌의 교차는 약 1시간 가량의 연주로 이어갑니다. 슈만은 '그레이트'를 ‘천국적으로 길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단지 시공간적으로 길다는 뜻만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신성한 아름다움’이며, 그래서 '그레이트'를 '성스러울 정도의 음량을 지닌 작품'이라 칭송했습니다.

정말 연주하기 어렵겠다는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이 장대한 선율은 관악과 현악이 한시간 내내 쉴새없이 전개됩니다. 타악 연주자가 1명인 속에 관악과 현악으로만 특히 경쾌, 장엄, 환희, 웅대의 느낌까지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특히 한시간 내내 관악기를 입으로 연주해야 하는,수시로 피치카토(Pizzicato)의 조화를 소화해야 하는 대전시향의 내공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1악장은 목가적으로 두대의 호른이 서정적 선율을 선사하며 시작됩니다. 순수하고 밝은 분위기속에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이 전개됩니다.

2악장은 우수에 가득찬 선율이 밀도있고 세련된 흐름으로 표출됩니다.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가곡 선율이 왠지 2악장에서 총집결된 듯한 느낌으로 제게 다가옵니다.

3악장엔 전체적으로 발랄하지만 두개의 악보로 나뉘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슈베르트만의 독특한 조바꿈이 전개됩니다. 조바꿈은 슈베르트 교향곡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인 듯합니다. 그는 베토벤의 작품을 따라잡는다는 생각으로 경이로운 조바꿈을 시도하는 작품을 만들려 하는데, 8번 '미완성'에서 시도해보나 마음에 들지 않아 미완성인 채로 두고 결국 9번 '그레이트'에서 완결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4악장은 슈베르트의 자신감이 돋보이는 악장입니다. 힘에 넘치고 생명력이 넘치는 슈베르트 교향곡의 완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슈베르트의 곡들은 가곡부터 교향악까지 언제 어떤 곡을 들어도 넘쳐흐르는 선율로 가득합니다. 가곡풍 느낌도 고스란히 간직되어 '그레이트'의 선율 역시 편안하게 우리 마음에 다가옵니다.

슈만은 '솔직히 이 교향곡을 모르는 사람은 아직 슈베르트를 참으로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합니다.
아직 나는 슈베르트를 잘 이해하지는 못하는 수준입니다. '슈베르트의 그레이트'는 잘 소화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위대함은 압니다. 그래서 '그뤠잇 슈베르트'의 음악을 늘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