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8 <귀향 그리고 재건 >

객원지휘자 마리오 코시크(Mario Kosik)를 만나다!

“<닐센 교향곡 제5번>은 매우 어려운 곡인데다, 잘 알려진 곡도 아니죠.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모차르트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과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어요.

대중성 높은 곡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곡을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고,

그래서 음악적으로 신선하게 다가가리라 생각했어요.

관객들에게 이러한 의도가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한국방문 처음 한국에 왔던 것이 1998년이었어요. 당시 부산에서 비엔나 챔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었죠. 그 뒤로는 한 번도 한국을 방문했던 적이 없었으니, 이번 방문이 14년 만에 이뤄진 셈이네요. 공항에 내리자마자, 그리고 대전에 오는 동안, 14년 전과는 너무 다른 한국의 모습에 내내 놀랐어요.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라면, 당시엔 없었던 인천국제공항을 지금은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죠. 그 밖에도 고속도로나 공공건물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이 크게 확충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외신으로만 접하던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직접 눈으로 목도한 순간이었어요.

대전시향과의 첫 만남 드디어, 대전시향과 첫 리허설을 마쳤네요.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리허설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가장 걱정이 되었던 곡이 바로 <닐센 교향곡 제5번>이었는데요. 이 곡은 매우 어려운 곡 중 하나인데,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곡 중 하나기도 하죠. 문제는, 제가 이전에 대전시향과 연주호흡을 맞춘 경험이 없었고 대전시향에게도 이번 <닐센 교향곡> 연주가 ‘대전초연’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 곳에 오기 전까지 과연 짧은 시간에 이 곡을 잘 이해하고 연주할 수 있을 지 염려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첫 리허설을 마친 지금 돌이켜보니, 그것은 제 기우(杞憂)에 불과했네요. 대전시향 단원들의 곡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단원들 한 명 한 명이 리허설에 임하는 열정적인 자세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좋은 출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 그리고 닐센 이번 연주에서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모차르트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그리고 <닐센의 교향곡 제5번>을 연주하게 되는데요. 최종 프로그램을 선정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문제는 <닐센 교향곡>이었는데요.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닐센 교향곡>은 매우 어려운 곡이고, 그래서 잘 알려진 곡이 아니죠. 그래서 보다 잘 알려진 작곡가인 브람스나 슈베르트의 교향곡으로 변경하려고도 생각했었죠. 그런데, 결국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대중성 높은 서곡과 협주곡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교향곡의 음악적 조합을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 특별한 경험일 테고, 그래서 보다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해서였어요. 관객들에게 이러한 의도가 잘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른 듯 같은 연주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상당히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작품간 상당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먼저, 교향곡에 대한 설명을 더하고 싶네요. 닐센이 1922년에 완성한 교향곡 제5번은 작곡가가 ‘4악장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교향곡 형식’을 추구하지 않은 채 완성시킨 마지막 교향곡이에요.(교향곡 제6번부터 4악장 형식을 추구했죠.) 처음에 4악장으로 작곡한 뒤 이후 다시 2악장으로 재구성한 곡을 두고 작곡가는 스스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어요. “1악장이 느리고 고요하게 진행된다면, 2악장에서는 급격히 활발하게 진행되죠.” 음악적 반전효과를 즐길 수 있는 이 곡에서 단연 하이라이트는 2악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곧 전체 연주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구요. 재미있는 것은, 연주의 첫 곡인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의 알레그로 주제부와 <닐센 교향곡>의 2악장의 흐름과 구성이 음악적으로 매우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연주의 끝에서 연주의 처음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거죠. 곽객들이 이번 연주회를 통해 이처럼 또 하나의 음악적 재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하는 음악마다 이전에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게 하고 사랑하게 하는 것일테지만요. 

지휘자, 그리고 연주자 어려서 브라티스라바 콘서바토리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함께 공부했어요.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지휘공부를 시작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대부분 제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다가 지휘로 전향한 것으로 생각하곤 하죠. 물론, 그러한 절차가 대부분의 경우기도 하구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12살 이후로 줄곧 지휘자를 꿈 꿔 왔어요. 어렸을 때 되도록 많은 연주회를 관람하고자 노력했고, 집에 있을 때도 TV방송을 통해 수 많은 연주를 시청하면서 공부했죠. 그 과정에서, 좋은 지휘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연주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지휘자로서 악기들간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잘 이해하고 연주자들이 연주자로서 느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악기를 공부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죠. 물론, 지휘할 때 현악파트에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바이올린을 공부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인 것 같아요. 대전시향의 현악파트는 훌륭한 연주력을 지닌 악장의 리드아래 섹션별로 균형이 잘 이뤄져 있는 것 같아요.   

세번째 재회 14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는데, 앞으로 또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보다는 빠른 시일 안에 오고 싶네요(웃음) 한국은 연주자들도 관객들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큰 나라인 것 같아요.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수많은 한국인 수상자들이 배출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차세대 연주자에 대한 문화적 관심과 지원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죠. 어떤 방식으로든, 그런 열기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죠. 현재 슬로바키아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데, 내년 2013년에 일본에서 투여연주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 때에 한국에서도 연주를 선보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