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 반가운 한국 한국에는 두 번째 방문이네요. 2004년도인가, 캐나다 브라스(Canadian Brass)팀과 함께 서울과 부산에서 연주회를 가졌죠. 이후 한국에 다시 오게 돼서 너무 기뻐요. 이 곳에 와서 멋진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동안 그들에게서 즐거운 에너지도 듬뿍 받고 있어요. 아,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마다 먹고 있는 한국고기(갈비, 삼겹살, 등등) 맛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맛있어요! 고기는 전세계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랍니다.

대전시향 단원들과의 만남 훌륭한 실력을 지닌 목관연주자들과 금관연주자들 덕분에 첫 리허설을 매우 만족스럽게 끝낼 수 있었어요. 첫 시작도 물론 좋았지만, 그보다 이후 매일 리허설을 더하면서 그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어 가는 점에 더 놀랐어요.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그 놀라운 결과를 이번 연주회를 확인하길 바랍니다.

호르니스트가 말하는 호르니스트 호른연주자들 실력 역시 대단합니다. 기본적으로 인토네이션과 연주방식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어요. 전반적인 실력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반면 아쉬운 점은 대부분이 완벽한 연주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거죠. 호른 연주자들에게 “자신을 가두고 있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라”고 요구했어요. 사실 이건 대전시향 호른 연주자들뿐 아니라, 제가 만나는 모든 학생, 연주자들에게 늘 하는 말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호른 연주자들이 자신이 연주하는 혼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그 순간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마음가짐과 자세에요. 세세한 테크닉은 그 다음이죠. 연습하면서 크게 연주를 해야 할 때는 더욱 크게, 부드럽게 연주해야 할 때는 더욱 부드럽게, 음악적인 반전 효과를 극대화시키며 음악을 만들었어요. 이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음악적 흐름과 이야기를 완성하며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에게 보다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죠. 궁금하다면, 이번 연주회에서 경험할 수 있답니다. 여러분! 준비됐나요!

훌륭한 호르니스트란 우선, 호른에 미쳐 있어야겠죠! 금관 악기 중에서도 연주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악기가 호른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죠. 호른은 다른 악기에 비해 음과 음 사이가 매우 가깝게 연결되어 있어서, 자칫하면 음을 이탈하고 말죠. 호른 연주자들이 대부분 호소하는 애로사항이지만, 실은 호른이라는 악기 자체가 지닌 물리적인 구조의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호른이라는 악기를 선택했고, 호르 연주자의 꿈을 갖게 된 이상 이 같은 난점을 극복해야겠죠. 훌륭한 호른 연주자가 되는 방법은 둘 중 하나에요. 틀려도 좋으니까 우선 거침없이 불어보거나, 올바른 음을 찾아가면 한 음 한 음 신중하게 불어보거나.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했든 미친 듯이 온 사력을 다해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다시 말하자면, 훌륭한 호르 연주자는 호른에 미쳐 있는 연주자에요.

무대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 대전시향 챔버 시리즈 연주회의 기본적인 목적은 각 파트별 연주자들이 앙상블 연주회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음악적 기량을 더욱 발전시키도록 그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죠. 이번 연주회에 함께하게 된 제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우리들의 연주가 홀 곳곳에 전달 될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관객들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다가갈 수 있도록 하자.” 입니다. 하하하. 지극히 소박한 목표죠? 하지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목표입니다. 우리는 무대를 찾은 관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연주할 것입니다. 당연히 최선의 그리고 최고의 연주를 선보이기 위해 그 이전에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있습니다. 비록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연습하면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악보 위에 그려진 음표들을 연주하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적인 이야기,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자체로 우리는 이미 이전과 달리, 이전보다 더욱 발전된 음악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겁니다. 놀랍지 않나요?

캐나다 브라스의 생명력 지금은 독일 앙상블(클래식적인 음악추구), 런던 앙상블(재즈적인 음악추구) 등 다양한 금관앙상블 연주단체가 다양한 컨셉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많은 이들이 여전히 캐나다 브라스를 가장 많이 사랑해주는 이유는, 아무래도 새로운 형식의 클래식 무대를 제일 먼저 시도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번에 한국에 와서도 많은 분들이 2004년에 선보였던 서울연주를 충격적이었지만 신선하고 즐거웠던 음악적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음을 알았어요. 지금은 튜바연주자를 제외하고 당시와 다른 연주자가 함께하고 있는데, 여전히 캐나다 브라스는 캐나다 브라스에요. 연주자가 바뀌어도 한결같을 수 있는 건, 추구하는 음악적 목표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바로 ‘교감’입니다. 함께 연주하는 동료 연주자와, 음악과, 작곡가의 의도와, 그리고 관객과의 교감, 그것이 캐나다 브라스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애정 듬뿍 담은 프로그램 이번에 연주하는 곡목들은 관객들에게도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가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니까요(웃음) 설명을 덧붙여볼까요.

1. 듀카스의 라 페리- 작곡가 듀카스의 발레작품에 등장하는 팡파르에요. 금관악기의 화려하고도 풍성한 연주를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팡파르 연주라니! 연주회의 첫 문을 열기에 이보다 좋은 곡은 없죠. 

2. 구노의 심플 교향곡- 간결한 곡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곡이죠. 이 곡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전원적인 풍경과 그 전원을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노는 광경이었어요. 서브 캐나다 출신인 저는 어려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면서 오페라가수셨던 부모님 밑에서 낮에는 부모님을 도와 돼지를 기르고 밤에는 부모님과 함께 클래식음악을 마음껏 배우고 즐기는 그런 삶을 살았죠. 그와 같은 어렸을 때의 기억을 이 곡에서 재현하고 싶었어요. 말 그대로 제 집을 향한 그리움의 노래죠.

3. 카멘의 캐나다 브라스 10중주- 개인적으로 이 곡은 제게 매우 특별한 곡이에요. 카멘은 70년대 주옥 같은 영화음악(로빈 후드, 다이하드, 리셀 웨폰 등)을 작곡한 유명한 작곡가에요. 이 곡은 그가 캐나다 브라스를 위해 작곡해 준 것이구요. 그는 특히 호른을 무척 사랑했어요. 그래서 금관악기의 아름다운 하모니 속에서 들리는 호른의 멜로디가 특징인 이 곡을 듣다보면 호른이라는 악기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요. 저는 캐나다 브라스와 이 곡은 수백 번이나 연주했답니다. 유투브에서 뮤직비디오도 볼 수 있는데, 이번 연주회를 놓쳤다면 유투브 영상을 찾아보세요.

http://www.youtube.com/watch?v=HjBT8ElQ7Pw

4. 모차르트 그란 파르티타- 이 곡에서는 서로 잘 어울리는 3개 악장(1악장, 3악장, 7악장)만을 선보일 예정에요. 모차르트 특유의 절묘한 음악적 반전이 돋보이는 곡이죠. 느린 악장은 관악기를 위해 쓰여진 아름다운 곡 중 손에 꼽히는 곡입니다. 반면 마지막 악장은 폭발적인 연주를 선보이죠. 현재 ‘리스’라는 2살 배기 아들이 있는데, 이 마지막 악장만 들으면 온 힘을 다해서 춤을 추더라구요. 아, 관객 여러분, 이번 연주회에서는 혹시 몸이 들썩들썩 움직여지더라도 절대 일어나서 춤추시면 안됩니다(웃음)

5. 모차르트 혼 협주곡 제4번 3악장-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곡 중 하나입니다. 멜로디 선율을 유지하면서 가볍고 경쾌하게 음악이 흐르는 이 곡을 들으면 작곡가 모차르트여서 가능한 천재적인 교묘함에 언제나 감탄하고 마죠. 한 번 들으면 절대 선율이 머릿속에서 절대 떠나지 않는, 마성의 곡이랍니다.

6. 핸디의 빌 스트리트 블루스- 마찬가지로 캐나다 브라스와 수백번도 더 연주한 곡이에요. 제 친구이자 작곡가인 토니 리카르트에게 목관, 금관, 그리고 타악기를 포함한 보다 큰 편성으로 편곡을 부탁해서 완성된 곡이에요. 그러니까, 이 곡은 “세계초연”인 셈이네요! 목과, 금관, 타악기의 연주로 새롭게 탄생하는 이 블루스 음악을 대전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7.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아마 관객들이 제일 잘 아는 곡이 아닐까 싶네요. 그만큼 유명한 곡이죠. 첫 음만 연주해도 ‘아, 아베마리아!’라고 외칠지도 모르겠어요. 연주 마지막 곡으로 어떤 곡을 선보일까 고민하다가 이 곡을 선택했어요. 신나고 경쾌한 분위기의 빌 스트리트 곡으로 연주를 파티처럼 즐겼다면, 연주가 끝난 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이 보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어요. 자, 객석 뒤로 편안하게 앉아서 들리는 멜로디를 편안하게 온 몸으로 감상하세요.

음악, 그리고 삶 음악을 연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기도 하고 때로 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기도 합죠. 음악을 가르치면서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음악적 조언을 해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연주회가 끝난다고 음악적인 삶이 끝나는 건 아니에요. 심지어 연주회장뿐 아니라 집에서도 가족과 동료와 음악을 경험하니까요. 음악과 함께하는 삶, 연주하는 삶, 음악을 가르치는 삶, 이처럼 음악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셀 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둘러싼 세계와 교감하는 것을 의미해요.

단순해지기 어른이 되어서 음악을 연주할 때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음악적 영감을 선사해주는 것을 발견하곤 해요. 그 기억 덕분에, 저는 보다 ‘쉽게’ ‘긍정적으로’ 음악에 접근할 수 있죠. 바로 단순함이에요. 낮이면 농장에서 일하고 밤이면 부모님께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배웠던 제 삶은 말 그대로 너무 행복했어요. 행복한 삶이 제게는 복잡한 것이 아니었죠. 단순했어요. 모차르트의 단순하지만 명료하고 깨끗한 선을 연주할 때면, 어린 시절의 그 단순했던 삶을 떠올리게 되죠. 우선, 삶의 양식인 음악을 즐기세요. 단순하게.

음악과 연주로 점철된 꿈 같은 삶 몇 주 후면,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말러 교향곡 제3번을 연주할 예정이고, 실비아 맥나이트와 실내악 연주를, 그리고 또 다른 오케스트라와 함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혼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할 예정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매일로 점철된 제 삶은 그야말로 꿈 같은 삶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