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0번 마단조, 작품 93

일단 연주전에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듣기 위해 정치적 사건과 역사적 배경을 찾아보고 또 듣게 되니 새삼 느낌이 다릅니다. 이 곡은 2013년 8월에 윤승업 씨의 지휘로 연주한 적이 있지요. 그때도 참 연주가 대단했었습니다. 연주 후 땀에 젖은 지휘자 님과 사진을 찍으며 연주의 감동에 대해 인사했던 생각이 납니다.

1악장. 음반으로 들을 때와 달리 소리가 보이니 후련하군요. 더블베이스 소리가 보이고 낮게 깔리는 현악기 소리가 보입니다. 소리는 우울하며 차갑게 느껴집니다. 무언가 깊이 간직한 무거움. 그 속에서 클라리넷이 우뚝 솟아오릅니다. 클라리넷은 1악장의 주연이지요. 호른! 더 힘차게! 주저하지 말고 분명하게 뿜어주세요. 클라리넷이 다시 1악장을 주도합니다. 플루트가 선율을 이어받습니다. 소리는 금빛으로 반짝거립니다. 점점 커지기 시작한 소리는 모든 것을 삼킬 듯한 기세입니다. 두 대의 바순과 더블 바순이 특유의 소리로 주도합니다. 오보에가 플루트가 피콜로가 가세하며 소리의 소용돌이는 커집니다. 소리는 소리를 빨아들입니다. 탐탐 큰북 팀파니 날카로운 피콜로가 찌르고 현악기는 일제히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음색을 쏟아냅니다. 튜바까지 가세하고 작은북 트레몰로. 최고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악기는 일사불란하게 튀어나옵니다. 호른 트럼펫 트럼본 전체 악기가 뿜어내는 소리의 덩어리. 목이 쉬도록 큰 소리로 외치는 것 같은 뜨거움이 하나로 뭉쳐져 튀어나옵니다. 엄청난 소리의 소용돌이 후, 두 대의 클라리넷이 주고받으며 주도하는 저 선율! 몸속에서 들리는 선율들. 악기 소리들이 들립니다. 처음 들을 때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 1악장이 자꾸 듣다보니 구석구석 새록새록 현장에서 맛보는 묘미가 있어 새롭습니다.

2악장 빠르게. 한껏 숨을 들이마시고 달립니다. 한 번에 내달리는 빠르기에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모든 악기는 자신만의 음색으로 빠름에 뭉칩니다. 정신을 쏙 빼놓는 빠름의 위력. 트럼본 튜바 트럼펫 일제히 뿜어대는 금빛 소리들. 타악기가 모두 터뜨리면서도 탁하지 않은 이 소리는 쇼스타코비치만의 매력입니다.

3악장. 연주 전 클라라 홀에서 한동운 씨의 해설을 통해 “나의 이름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묻고 “나는 쇼스타코비치다. DSCH”는 대답의 은유가 숨겨진 악장. 대답은 높고 날카로운 피콜로 소리로. 현악기도 높은 음을 연주하고 플루트 소리는 조금 낮고 부드러워지더니 현악기 소리도 낮고 풍성하며 바순 소리는 더 둥글고 첼로 소리에 이르러 낮게 낮게 깔리고 그러다 호른이 선언하듯 길게 뿜어댑니다. 호른! 참 일관성 있게 소리내기 어렵죠. 저드 님이 지휘하셨으면 저렇게 소리 났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잉글리시 호른과 바순이 선율을 주도합니다. 오보에가 곁들이고 그러다 탬버린이 찰찰 심벌즈가 챙챙 큰북이 쿵쿵거리며 구름 속 천둥이 우르릉거리듯 소리의 소용돌이가 다시 꿈틀거립니다. 기어이 터지는 소리의 대포소리. 그렇죠! 호른! 그렇게 뿜어내주어야죠. 소리는 조금만 주저해도 표시가 납니다. 호른과 바이올린 솔로가 서로 이어지며 의미심장한 선율이 반복됩니다. 항상 음악은 새롭고 신선하군요. 듣고 또 듣던 음악인데 이렇게 눈앞에서 보이고 들리는 음악은 얼마나 새롭고 감동적인지. 역시 홍수은 악장의 오보에 소리는 변함이 없군요. 플루트 소리도 좋습니다. 4악장의 주연은 바순이지요. 저 깊은 애절함. 클라리넷의 굵은 소리와 어우러집니다. 이제 4악장의 끝을, 아니 음악은 끝을 향해 달릴 준비를 합니다. 감춰둔, 아니 그동안 참아온 소리를 다 쏟아낼 듯 모든 악기는 자신만의 소리로 커다란 소리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맨 뒤의 타악기 주자들이 일어섭니다. 손으로 짚고 활로 켜고 호흡으로 불고 뿜고 두드리고 울리고 터뜨리며 소리를 최고조로 키웁니다. 심벌즈가 둘이 부딪치며 갈라지고 그 소리에 인선희 악장의 머리카락이 날립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저 악기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찾아내서 어울림을 만들어냈을까요. 연주하는 맛, 지휘하는 맛, 듣는 맛이 하나가 되는 순간입니다. 박수 받을 만한, 환호와 함성으로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최고의 연주입니다. 후련합니다. 세차게 내린 소나기 후의 깨끗함처럼 후련하군요. 몇 번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후 지휘자 님이 직접 지휘 소감을 이야기하고 앙코르는 2악장을 다시 연주합니다. 불꽃같은 연주를 다시 듣습니다. 불은 꺼지지 않고 벌겋게 살아있네요. 바람을 후 불어 넣기만 하면 빨갛게 달아오르며 커지는 뜨거움을 다시 느낍니다.

연주 후 뜨거워진 마음을 오래도록 생각하며 지하 주차장에서 출차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빠지지 않습니다. 새로 바뀐 주차 시스템은 연주의 감흥을 기다림의 답답함으로 바꿔놓습니다.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비를 정산하고 빠져나오는데 걸린 시간이 30분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연주회장을 찾은 관객들을 위한 주차 편의를 위해 유료로 바꾼 것 같은데 연주회장을 일찍 찾아온 관객은 가장 늦게 빠져나가며 오래도록 기다리는 불편함을 갖게 되니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주차비는 그렇게 많이 나오는 게 아니니까 미리 정산하도록 하는 방법이나 연주회가 끝나고 나가는 차량들은 차단기를 올려놓고 신속히 빠지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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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를 읽고 대전시향 담당​자 님으로 부터 그날 연주 후 주차 문제에 대해 전해 들었습니다. 이미 그런 주차 문제가 야기 될 것을 우려해 대전예술의전당 측에 수차례 건의했으나 해결되지 않았고 그날 연주 후 대부분의 관객들로부터 엄청난 항의와 불만을 들었고 전화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전 시향에도 건의해야하겠지만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 건의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 건의의 글을 올렸습니다. 주차문제로 인해 그동안 좋은 공연을 보고 듣기 위해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행복한 마음 뒤에 공연 끝나고 어떻게 차를 끌고 나갈까를 고민하는 어처구니없는 고민을 하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현명한 조치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