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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사로잡힌 행복한 영혼
Name tapdongi
Date 19/09/09
File
포레, 마스크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작품 112
포레의 마스크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처음 듣는 생소한 곡이어서 유튜브에 검색해보았더니 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연주 영상 한 개만 있더군요.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달빛이 유명해서 당연히 드뷔시의 곡이겠거니 하다 작곡가를 보니 포레의 곡이었습니다. 생소한 곡을 접하며 신선한 호기심을 느낍니다. 포레는 레퀴엠과 영화 [씬 레드라인]으로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지난 번 연주회에서 만나고 다시 만난 객원 지휘자 마티아스 바메르트. 옛날 동네에 한 명쯤 꼭 있는 나이 드신 완고하고 깐깐한 영감님처럼 생기셨습니다.
정말 아기자기한, 산뜻하고 경쾌한 곡이 흘러나옵니다. 연주하는 단원들도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고 즐겁게 연주합니다. 듣고만 있어도 미소가 번지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과하게 힘을 주거나 격한 기교 없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선율에 편안한 마음으로 듣습니다. 현악기 소리의 맑고 깨끗한 소리에 빠져 듣다보니 1악장이 끝나고 목관악기의 신비로운 소리와 미뉴엣 춤곡 리듬의 선율을 따라 듣습니다. 좋아서 듣지 않고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온 관객이라면 지루하고 심심하다고 투정부리겠지만 색다른 신선한 곡, 예쁜 곡을 만난 기분에 포옥 빠져 듣습니다. 프랑스 풍? 이런 거겠죠? 4악장 전원을 미리 연주합니다. 이름 붙여진 대로 자연의 아름다움, 선율은 초록빛과 신선한 바람이 되어 불어옵니다. 연녹색 선율들, 맑은 물방울 같은 스타카토, 잠자리 날개 같은 투명함, 나비 같은 보드라움이 각양의 악기 소리로 들립니다. 현악기 소리는 흰 구름처럼 둥실 떠오르고..... 3악장 가보트. 빠르고 활기차게. 숨겨둔 발랄함과 빠르기가 마지막에 연주됩니다. 그 빠르기도 예쁘고 아기자기합니다. 손잡고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 나누듯이 평화로운 멜로디입니다. 재잘거리며 뛰어가고 명랑하게 웃는 아이들처럼 리듬은 천진하고 매끄럽습니다. 누가 선곡했는지는 모르지만, 마티아스 바메르트. 저분 보기와는 다르게 신선하고 달콤한 곡들을 선곡해서 들려주는군요.

생상스, 첼로협주곡 제1번 가단조, 작품 33.
협연자 알반 게르하르트 씨가 등장합니다. 요요마 연주의 음반을 계속 듣고 있었는데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와우! 첫 시작만으로 오늘 연주를 예감할 수 있습니다. 첼로 특유의 음색과 보잉에 매료됩니다. 첼로만이 낼 수 있는 기교와 매력을 보여줍니다. 앞자리에서 연주자와 첼로 소리를 분명하게 들으며 빠져듭니다. 연주자의 여유로움과 몰입된 몸짓, 움직임이 객석을 사로잡습니다. 첼로만이 줄 수 있는 저 소리. 저 빛깔, 활과 현이 닿는 소리. 고음으로 올라가는 짜릿함. 불어오는 바람을 넓은 나뭇잎으로 감싸 안는 나무처럼 풍성하고, 가득 찬 호수의 넉넉함 같은 충만한 소리. 낮게 낮게 긁어대는 흐느낌 소리. 명상하듯 길게 내는 소리, 소리는 소리와 어울리며 오케스트라와 주고받습니다. 카덴자의 기도하듯 가슴을 울리는, 호소하는 듯한 소리에 숨을 죽이고 간절한 소리, 굵고 깊고 풍성한 소리에 감동합니다. 악장 구분 없이 한 번에 쏙 빠져 느끼는 생상스 첼로 협주곡. 그저 현 위로 활은 이리저리 미끄러지는데 소리들은 깊고 그윽하게 가슴을 울립니다.
연주를 보며 듣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호흡하며 같이 연주하는 느낌입니다. 곡이 꼭 잡고 깊은 음악의 세계로 이끕니다. 깊고 고요하고 숭고한 음악의 세계로, 힘 있게 잡고 달려가기도 하고 똑바로 쳐다보며 다짐하는 듯하고 확신과 고양된 정신만이 닿을 수 있는 끓어오름. 혼자 잘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함께 따라 부르도록 만드는 매력을 지닌 가수처럼 연주는 객석을 빨아들입니다.
마지막 빠르기. 아주 빠른 연주의 기교를 마음껏 보여줍니다. 첼로 소리. 꼭 듣고 싶었던 저 풍성하고 애절한 소리를 가까이에서 온몸으로 듣습니다. 연주에 깊이 빠진 저 연주자의 표정, 음악은 고스란히 다가와 감동을 줍니다. 진지함과 훌륭한 연주의 감정을 느끼는 이 기분. 연주가 너무 짧게 느껴지네요.
박수 박수. 계속 이어지는 박수와 함성. 모두가 원하는 박수에 바흐, 첼로협주곡 6번 라장조 작품 1012를 앙코르 곡으로 들려줍니다. 이미 감동한 마음은 깊이 젖어들고 녹아듭니다. 흔쾌한 박수에 흐뭇한 답례. 바흐의 아름다운 선율이 지친 영혼을 달래듯 간지럽힙니다. 기교를 뽐내는 연주가 아니라 아껴둔 아름다운 음악을 우리에게만 선물하는 듯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다시 경험하는 천상의 세계. 음악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세계로 가기위해 우리는 오늘도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눈물 날 것 같네요. 이 기막힌 연주와 이 기막힌 장면과 상황, 음악이 사로잡은 아름다움의 힘에 고요히 굴복합니다.

프랑크, 교향곡 라단조
첼로와 비올라의 저음이 낮고 음울한 듯, 차분하고 조용한 소리에 낮은 관악기 소리가 더해지고 급한 현악기 소리가 얹히며 스산함을 더합니다. 민승우 상임 연주자의 잉글리시 호른 소리가 앞서며 모든 악기가 끓어오르고 터집니다. 소리는 하나의 큰 물결처럼 덮치고, 쏟아지고 넘칩니다. 조심조심 잔뜩 긴장한 소리들, 감추고 낮춘 웅크림. 무언가를 숨긴 어떤 긴장감이 몸을 앞으로 당겨 듣게 합니다. 다시 솟아오른 소리들. 찌르는 현악기. 두드리는 팀파니 소리. 지휘자는 툭툭 건드리다가 두 팔 벌려 커지는 소리를 제어하고 끌어내고 찌릅니다. 언제 들어도 맑고 아름다운 플루트 소리. 점잖은 호른 소리. 깨끗하고 곧은 현악기 소리. 낮고 분명한 첼로 소리. 유독 분명하게 각 파트의 특징이 잘 들리는 교향곡입니다. 열과 오가 딱 맞아서 한 덩어리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소리의 덩어리. 마음속 선율과 맞아떨어지며 일체감을 줍니다. 모두가 제 몫을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바탕 휩쓸고 가는 소리의 소용돌이가 넋을 잃고 빠져들게 만듭니다. 너무 높아 오를 엄두를 낼 수 없게 만드는 압도감이 아니라 오를 만하겠다고 오른 산에서 구석구석 만나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곡입니다. 금관악기가 크게 쭉 뿜어대고 모든 악기가 하나 될 때 느끼는 소리도 참 좋습니다. 단원들의 눈빛에서 보이는 연주의 몰입감이 더 큰 감동을 줍니다.
2악장 피치카토 후 잉글리시호른 소리 참 아름답네요. 비올라 선율은 또 어찌 그렇게 아름다운지. 호른이 솔로로 나오고 첼로로 이어지면서 아름다움은 계속됩니다. 현장에서 듣는 소리의 어울림에 깊이 감동합니다. 이런 멋진 곳을 듣게 되다니 참! 음악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풍성하게 커지고 넓어지고 부풀어 오르는 소리의 파도. 아기자기한 선율이 주는 귀여운 미소. 묵묵히 뚜벅뚜벅 걷는 낮은 소리들. 이리저리 흔들리며 상쾌한 바람을 쏟아내듯 현악기 소리는 맑고 시원합니다.
3악장. 빠르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처음 듣는 교향곡의 새롭고 신선함에 빠져 속속들이 잘 보고 듣기위해 귀 기울입니다. 현악 4중주를 크게 확대시켜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각 파트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같이 합주될 때 나는 단단함이 크게 들리고 가끔 터치고 커지는 소리로 교향곡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오케스트라 중심에서 울려나오는 아름다운 오보에 소리와 신비로운 잉글리시호른 소리가 더해지면서 곡의 아름다움은 더해집니다. 전체가 하나로 뿜어대는 소리가 객석을 압도합니다. 앞자리에서 들으니 하프 소리도 맑고 분명하게 들립니다.
대전 시향 참 연주를 잘 하네요. 새로운 곡인데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요. 곡에 숨겨진 단원들의 수고와 잘 다듬은 소리들에 새삼 감동하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답변]
작성자 artdpo
등록일 19/09/16

 

tapdongi님의 공연후기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두 마스터즈 시리즈를 통해서 수석객원지휘자 마티아스 바메르트 선생님이 인상 깊으셨군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보기에는 동네 할아버지처럼 생기셨지만, 같이 있다보면 토크쇼에 나오셔도 될 만큼 

 

깊이 있는 유머를 조용히 자주 구사하셔서, 너무 재미있으신 분이랍니다.

 

농담도 뼈 있는 농담을 자주 하셔서, 인생에 대한 많은 것도 생각하게 만들구요.

 

아마도 그것이 음악 해석에도 많이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듣기에 신선하고, 가볍고, 기분좋게 만드는 것 같으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

 

그것이 아마 바메르트 선생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써주신 것처럼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 정말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이기 힘들 정도의 멋진 연주였지요.

 

게르하르트는 굉장히 바쁜 일정(마카오, 도쿄) 속에 굉장히 피곤할텐데도, 대전시향과 너무나도 멋진 호흡을 보여줬습니다.

 

추석명절 기쁘고 풍성하게 보내셨는지요.

 

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월요일의 시작, 힘찬 하루 되시길 바라며,

 

다음주에 있는 저희 챔버시리즈 3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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