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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브람스, 기품 있는 엘가
Name tapdongi
Date 19/10/14
File
가을과 어울리는 브람스. 가을에 찾아오는 브람스 음악은 계절과 함께 곱게 물들고 깊어집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참 좋죠. 이렇게 멋진 곡을 실황 음악으로 듣기 위해 기다리는 행복한 기대감도 참 좋습니다. 연주 전 기다리며 듣고 또 듣던 음악은 몸속에 스며있고 대전 시향의 연주로 다시 만나는 기분. 일찍 도착해 예술의 전당 근처를 천천히 걸으며 가을을 느끼고 프리뷰 시간에 브람스 음악에 대한 소개를 들었습니다.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 라단조, 작품15
오늘의 협연자 필리프 비앙코니 님이 저드 님과 함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합니다. 노신사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1악장. 장엄하게. 첫 부분의 장엄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일품입니다. 일사불란한 바이올린 활. 가슴 속 무언가를 끌어올리고 솟구치게 하는 꿈틀거림을 느낍니다. 음악은 우리를 잡고 흔들고 빨아들입니다. 이 순간, 이 긴장된 순간에 피아노를 기다리는 두근거림도 있습니다. 첫 건반. 부드러운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필리프 비앙코니 님은 얼마나 많이 연주했을까요. 그렇지만 늘 처음인 새로운 음악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비앙코니 님의 연주는 관록과 연륜이 느껴지며 가을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섬세하고 예민하게, 여유롭고 힘차며 분명하게 오케스트라와 어울리며 연주 중 숨을 크게 들이쉬는 소리가 앞에서 들립니다. 들이마시는 호흡에 같이 들숨을 쉬고 카덴자에서는 숨을 죽이고 듣습니다. 오직 피아노만 있는 정적 속의 피아노 소리. 속주할 때는 호흡을 빠르게 따라 숨 쉬고 한 음 한 음 집중하며 듣습니다. 언뜻언뜻 들리는 호른과 오보에 소리. 부술 듯 내리치는 피아노 타건. 힘을 실어 누르고 두드립니다. 크고 높은 소리는 분명한 외침처럼 단호하고 힘이 있습니다. 음악은 소리로 들리고 크기로 보입니다. 다시 카덴자. 연주의 기교가 드러납니다. 피아노만이 존재하는 짧은 순간의 빛남. 다시 쏟아지는 1악장 주선율 후 힘차고 웅장하게 1악장을 맺습니다.
2악장. 아주 느리게. 2악장의 아름다운 선율. 음악 본래의 아름다움이 브람스의 아름다움으로 빛납니다. 아름다운 2악장을 듣는 행복함.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의 마음이 음악으로 드러납니다. 한 사람을 위한 음악은 모든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떨리는 손으로 순수한 마음을 담은 이 아름다움. 한 음 한 음은 빛나는 보석처럼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저 소리. 피아노만이 들려주는 가장 고귀한 소리. 작고 고요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저 소리. 눈 감고 온몸으로 받아 듣습니다. 저녁 무렵 밀리는 차 안에서 시바타 쇼의 [그래도 우리의 나날]을 읽으며 듣던 저 아름다운 선율. 음악은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불러들입니다. 오보에 소리와 피아노는 주고받는 사랑의 눈빛처럼 보입니다. 사랑은 사랑을 부릅니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을 부릅니다. 사랑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2악장 선율. 누구도 이 사랑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천천히, 분명하게 울리는 피아노 소리. 쿵쿵 다가오는 두근거림. 플루트의 반짝 빛나는 은빛 찬란함과 피아노 건반의 맑게 튀는 소리가 객석에서 보이고 들립니다. 고요함과 아름다움이 뒤덮은 객석은 숨죽이고 스며듭니다. 이 아름다움이 영원하기를, 오래 오래 남아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듣습니다.
3악장. 지나치지 않게 빠르게. 느림은 빠름을 부릅니다. 현란한 연주. 쉴 새 없는 연주. 높아지고 커지고 빨라지는 음악은 마음의 속도를 당깁니다. 호른 소리와 속주(速奏)하는 피아노. 경쾌하고 발랄한 리듬은 앞으로 내달립니다. 피아노 연주 후 오케스트라도 크고 화려하게 연주합니다. 빠름 속의 맑음. 현악기의 생기발랄함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함께 달립니다. 음악이 추구하는 높고 고귀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향해 달리고 또 달립니다. 관악기는 불고, 현악기는 켜고 퉁기며 두드리는 타악기 소리와 함께 피아노는 최후의 빛나는 연주를 들려줍니다. 연주와 듣는 마음이 하나 되는 이 순간!

“그 순간이 오면 뭔가 압도적인 것이 우리 앞에 일어나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며, 거센 파도처럼 우리를 덮어버린다. 이런 순간이 오면 사건과의 물리적 거리도 문제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성스러움으로 빛나는 순간이다.”-[모든 것은 빛난다] 중에서

3악장 마지막 부분이 연주됩니다. 필리프 비앙코니 님은 피아노에 혼신의 힘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 붓습니다. 그리고 단칼에 자르듯 끝은 단호합니다.
박수와 환호가 또 하나의 음악처럼 쏟아집니다. 모든 사람이 한 마음으로 치는 박수 소리에 들려주는 앙코르 연주. 브람스 간주곡, 작품 116 제4번. 피아노 소리에 브람스의 표정과 얼굴이 보입니다. 고뇌하고 사색하며 걷는 브람스. 고치고 고치는 완벽주의자. 그의 얼굴처럼 음악은 묵직하고 그의 마음처럼 순수하며 진중한 음악. 가까이에서 다가갈 수 없는 그리움과 사랑의 흐느낌 같은 피아노 소리를 듣습니다. 마지막 낮은 음을 누르고 끝날 때 마음도 쿵 내려앉습니다.

엘가, 교향곡 제1번 내림가장조, 작품 55
엘가 교향곡 연주는 처음 듣습니다. 연주전에 풍월당에 주문하고 바렌보임 지휘 음반을 구해 열심히 들었습니다. 유튜브에는 정치용 지휘 영상이 있어 함께 보며 들었습니다. 처음에 생소하던 곡은 듣기를 거듭하며 점점 귀에 익숙해졌습니다. 점잖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드 님이 영국 신사시니까 아마도 선곡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1악장. 느리게(품위 있고 단순하게)-빠르게. 정말 품위 있는 음악입니다. 비올라와 첼로, 더블베이스가 주선율을 연주하며 전체 오케스트라가 받아 커진 음악은 멋진 신사가 기품 있게 천천히 걷는 듯합니다. 음악이 살짝 바뀌어 흔들리고 출렁입니다. 변화된 리듬과 선율은 모든 악기가 초조해보임 없이 자신의 꼿꼿함을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처음 엘가 교향곡을 들으며 “이렇게 멋진 곡이 있었는데 몰랐네.”하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들었습니다. 참 멋지다. 단단하고 튼튼한 석조건물을 보는 것 같은 믿음직한 모습을 느꼈습니다. 크게 기교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전체의 윤곽이 뚜렷한, 스케일이 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악기가 함께 일관된 연주를 해야 할 것 같은 소리. 금관악기의 확실하게 뿜어대는 소리. 하나로 연주되는 현악기 소리.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오래 먹어봐야 그 맛을 아는 깊은 맛처럼 음악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살짝살짝 김필균 악장의 바이올린 소리를 찾아 듣습니다. 첼로 소리와 하프 소리를 듣는 묘미. 저드 님의 큰 지휘에 소리도 크고 웅장해집니다. 감춰 둔 멋진 선물을 받는 마음으로 저드 님을 바라보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음악에는 그런 뿌듯한 마음도 들립니다. 새롭고 신선한 곡의 시도가 저드 님의 선물이겠지요. 음반에서 듣던 저 소리가 비올라 연주로 확인됩니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1악장이 끝이 납니다.
2악장. 매우 빠르게. 빠름도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연주합니다. 듣던 음악은 보입니다. 입체적으로 들리고 터지고 뿜어대고 두드린 소리가 객석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큰북 소리가 가슴을 쿵쿵 울립니다. 두 대의 하프 소리가 향수처럼 풍겨 나옵니다. 재잘대는 플루트 소리. 종종걸음처럼 뛰는 바이올린 소리. 긴장감을 잃지 않고 2악장 빠르기는 다채로운 소리의 향연입니다. 연주의 기교와 색다른 변화를 숨죽이고 듣습니다. 연주자들의 몰입한 표정이 음악으로 드러납니다. 길게 쭉 뽑아내고 부드럽게 이으면서 소리의 긴장을 놓치지 않고 연주합니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님로드 풍의 부드러우면서 웅장한 선율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묵직하고 잔잔한 음악은 저녁 무렵 물드는 노을빛 같은 아름다움입니다. 쏟아지는 별빛 같은 김필균 악장의 바이올린 소리와 이송희 수석의 첼로 소리가 아름답습니다. 플루트 소리. 오보에 소리. 잉글리시 호른 소리. 아름다운 소리들이 모두 등장합니다. 아름다운 소리에 흠뻑 취하니 몸이 더워집니다. 뜨거운 것이 꽉 차며 올라와 어쩔 줄 모르겠네요. 언제 넘어왔는지 3악장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 기품 있고 웅장한 아름다움. 다함이 없는, 끝이 없는 아름다움이 3악장 내내 이어집니다.
4악장. 느리게-빠르게. 1악장 선율이 다시 나오면서 금관악기는 우르릉거립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잠시도 쉴 틈 없이 연주하는군요. 비슷한 것 같은데 지루하지 않은, 꽉 찬 연주에 마음이 든든합니다. 연주자의 몸짓, 눈빛이 음악으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장거리 스케이트 선수처럼 묵묵하게 미끄러지듯 연주합니다. 한 눈에 보이고 들리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에 감탄합니다. 미리 듣던 연주와 현재의 음악이 겹쳐지며 만족하는 흐뭇함. 저드 님도 만족하며 충분히 느끼실 멋진 연주입니다. 아~ 마지막을 알리는 저 소리. 1악장 선율이 웅장하고 장엄하게 울려 펴지면서 끝을 예감합니다.
오늘도 멋진 연주를 들려준 대전시향에 무한 감사하며 마음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답변]
작성자 artdpo
등록일 19/10/14

tapdongi님의 공연후기에 감사드립니다.

 

피아니스트 필리프 비앙코니에게서 노신사의 품격을 느끼셨군요. 같이 동행해본 필리프 비앙코니, 말씀하신대로 정말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너무나도 친절하고, 훌륭한 인품이 느껴졌으며, 서울에서 뵙기 위해 찾아온 제자분들이 저에게 필리프 비앙코니의 훌륭한 인품에 대해 거듭 언급해 주실 정도였습니다. 그의 그러한 점들이 이번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에 더 묻어나온 것 같습니다. 굉장히 절제된 듯한, 하지만 무언가 깊은곳에서 표현하고 있는듯한 많은 느낌을 들게 만드는 연주였던 것 같습니다.

 

저드의 엘가 교향곡 또한 인상깊으셨지요? 말씀하신 음반, 동영상 저도 다 접했었는데, 저드의 엘가 교향곡 해석은 정말 도드라지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드는 예전에 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엘가 교향곡 제1번을 녹음하여 엘가 마니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적도 있을 정도로 영국 음악의 저명한 해석가 이기도 합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이 교향곡의 끝맺음이 정말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1악장의 주선율이 웅장하고 장엄하게 맺는 이 황홀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뜨거운 박수 보내주심에 감사드리며, 더욱 좋은 공연으로 보답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연주회 계속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대전시립교향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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