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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네리안이 될 수 있을까?
Name bridge21
Date 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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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네리안이 될 수 있을까?

어제밤 나는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바그너와 함께 했다.
솔직히 나는 바그너 음악은 즐겨 듣지 않았다. 접하게 되더라도 집중해 듣지 않고 대부분 끝까지 듣질 못했다. 그래서인지 워낙 많이 듣는 '결혼행진곡'외엔 기억하는 그의 선율은 거의 없다.

게다가 바그너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니체의 영향도 있었다. 니체는 바그너의 지나친 '배우적 태도', 즉 가식적인 모습을 인간적으로 격멸한다. 反유대주의자, 퇴폐적인 모습, 그리고 '1848년 혁명'에 참여한다고는 했으나 실제론 슬쩍 빠져있는 그의 모습, 드레스덴 극장에서의 도망, 자신을 좋아하나 정신이상인 왕을 착취하는 바그너의 인간적 모습을 격렬히 비난한다. 이런 사실을 접하고 나선 더더욱 바그너음악에 나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근 보름전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득템(절판된 희귀본)한 '위대한 음악가, 그 위대성'이라는 책이 내 생각을 바꾼다. 사실 '아인슈타인이 음악도 관심많았나?' 해서 집은 책인데,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아닌 그의 사촌동생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의 책이다.

그는 '바그너의 악보 한장 한장은 단순해 보이는 것까지도 백개의 혀를 가진 오케스트라였고 심연처럼 깊고 깊은 사고와 감성의 상징이며 초상이다'라고 바그너를 극찬하며, '그에 대한 인간적 비난은 그의 예술적 위대함이 극복한다'라고 했다.

'그정도까지?'라는 생각이 들 때쯤 바그너 음악을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정기연주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번 가볼까?'하는 마음이 지펴지면서, '바그너는 첫 밑그림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음이 자신의 것이었고 음표 하나하나가 그의 재산이었으며, 어떤 음도 즉흥적으로 된 것이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평가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품의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도 주의깊게 연주되도록 그렇게도 광적으로 감시했다.'는 지적을 나도 현장에서 따라하고 싶었다.

바그너는 클래식계에서 '바그네리안'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열렬한 '빠'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모두 바그네리안일까?'라는 잠시의 생각속에 1층객석을 가득 메운 대전예당 아트홀에서 위대한 음악가 바그너의 음악을 만난다.

첫 시작은 오페라 . 가장 널리 알려진 서곡이다. 금관악기의 선율이 다가온다. 뭔가 오케스트라속 웅장함 속에 관악기만의 숭고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관악기의 섬세한 선율에 시선은 자꾸 그쪽으로 끌려간다. 거센 강물과 작은 개울물이 반복해서 흐르는 듯 오케스트라 연주는 전체의 장엄함과 금관,목관,그리고 현악기의 특색을 발휘하는 각각의 테마와 함께 강약고저를 이어간다.

오페라 제1막중 전주곡이다. 아무래도 협주곡에서 자주 접하고 대부분의 교향악곡이 그래서 그런지 주로 피아노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현악기의 움직임과 선율에 우리는 빠지곤 한다. 그런데 이곡의 현악선율은 한마디로 '절제의 미학'이다. 무대앞의 현악은 오히려 절제된 음색으로 경건하게 또는 애절하게 관악의 뒤에 서있는 듯하다. 그사이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의 섬세함에 호른 트럼펫의 장엄함이 어우러져 관악의 성찬을 일군다.
목관,금관악기 각각의 그 음색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면 더더욱 오페라를 더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각각의 선율이 흐르고 '이 아름다움이 어디서 나오는가?' 그 관악기를 찾아 눈이 바빠지는 그 것 또한 나쁘진 않다.

오페라 중 제3막중 전주곡이다. '바그너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작업한다. 폭발은 정확하게 계산된 시각에 일어난다.'고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아마도 이런 음악성 때문에 말했을 듯싶다.
갑자기 경쾌한 선율로 시작해 관악,현악,타악이 일체가 되어 축제의 현장을 만들어낸다. 폭발할 것같은 환희를 느끼게 하는 관악의 합주에 이어 심벌즈의 화려함, 그리고 아름다운 관현악 선율, 그리고 장중하고 화려한 음의 폭발과 팀파니연주는 나의 맥박을 빠르게 뛰게 한다. 특히 나는 그 화려함에 심벌즈 연주자의 광팬이 됐다.

그리고 오페라 중 '지크프리트의 라인강여행','지크프리트의 죽음과 장송행진곡'이 이어진다. '바그너의 악보 한장 한장은 백개의 혀를 가진 오케스트라'라는 아인슈타인의 평가가 실감난다.
나는 연주내내 바그너음악은 고급뷔페라는 생각을 했다. 맛있는 1등급 한우나 자연산 회가 아닌 고급뷔페말이다. 두드러지게 기억나는 선율은 찾기 힘들다. 바이올린,관악기 특정한 연주자가 돋보이는 음악이 아니다.
그러나 잘 갖추어져 있다. 에피타이저세트에서 메인메뉴세트, 디저트세트까지 세트로 잘 갖춰져 있다. 니체가 비판했던 '배우적 태도'도 그의 음악세계엔 긍정적으로 적용되는 듯하다. 거의 완벽한 각본이다. 관악,현악,타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음악을 끌어나간다.
또하나 공연속에 나는 내내 특히 타악기연주에 시선을 빼앗겼다. '라인강 여행'중에 트라이앵글의 맑은 소리와 심벌즈의 늦은등장과 화려함의 발현, 그리고 타악기의 고요한 연주가 돋보인다. '장송행진곡'엔 실로폰이 등장한다. 바그너는 이렇게 타악기의 선택과 강약고조,그리고 특유의 폭발성 마저 미세하게 그려나간다.

마지막으로 소프라노 브리기테 핀터의 아리아다. 그녀는 1부에서 오페라 중 '전주곡'과 '사랑의 여행', 그리고 2부 피날레에서 오페라 중 '브륀힐데의 제물장면'을 노래했다.
역시 세계적인 소프라노답게 풍부한 색채와 압도적인 표현력을 지녔다. 그녀는 바그너의 음악세계를 잘 이해하는 듯하다. 인간의 목소리도 오케스트라와 함께라면 완전한 자연의 악기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소프라노 가수로서 자신을 뽐내지도 오버하지도 않았다. 스릴 넘치는 그의 고음도 오케스트라의 스릴과 완전히 합체했다.

2시간 동안 나는 바그너가 식자재를 공급하고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잘 요리한 고급뷔페를 먹었다.
한번의 공연관람으로 바그네리안이 될 수는 없다. 게다가 바그너의 악극은 기본 몇시간이 넘는 길이에 쉽게 들을수 있는 음악도 아니다. 는 무려 16시간이나 되는 길이다.
그 모든것을 이기고 바그네리안이 될 자신은 없다. 그런데 공연장에서라면 끝을 볼 수 있겠다. 관,현,타악기 하나하나가 잘 배합된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빼곡히 잘 차려진 맛갈난 음식이기 때문이다.
바그너가 광적으로 공연을 감시했더라도 흡족하지 않았을까? 이런 음식을 잘 요리한 대전시립교향악단에 감사하다.


[답변]
작성자 artdpo
등록일 19/07/15

bridge21의 공연후기에 감사드립니다.

 

써주신 공연후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니체의 비판부터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의 책까지..

 

사실 음악이 시간적 예술이라 순간의 울림이 영원할 수 없지만,

 

이러한 뒷이야기들로 더욱 풍성해 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바그너에 대해 두려움(?), 경계를 가지고 오셨다가,

 

만족해 하시는 모습들 보며 기뻤습니다.

 

저도 bridge21님 말씀처럼 바그네리안이 될 자신은 없습니다.

(사실 저는 말러리안 입니다^^)

 

바쁜 세상 속에 그렇게 긴 시간을 집중해 듣고, 이해하려 분석하고 빠지는 일이

 

쉬운 시도만은 아니리라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라도 부분 부분 느끼며, 즐기고, 관객분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으니 행복한 것 같습니다.

 

다음 연주도 함께 해 주시기를 기대하며,

 

써주신 후기 다시한 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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