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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 맞서는 시원한 팡파르
Name tapdongi
Date 18/11/18
File 공연후기(라흐 피아노협2 차이콥...[19kb]

전석 매진! 객석은 감동을 예고한 기다림과 즐거운 두근거림으로 술렁입니다. 저드 님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음악에 대한 진지하고 열정적인 해석도 물론이지만 대전 출신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발굴하여 연주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미현, 오케스트라를 위한 빛의 유희


빛의 반사로 인한 색채의 변화를 그려보았다는 자막을 보여줍니다. 빛은 여러 개의 낯선 소리들로 시작됩니다. 날카롭기도 하고 타악의 둔탁함도 있고 우르릉거리는 금속성과 하울링 되는 신비함도 있습니다. 바이올린 현의 긁히는 소리, 뿜어내는 관악기 소리는 긴장된 두려움 같은 소리입니다. 처음의 날것의 생소함이 귀를 세우고 듣게 하고 가끔씩 울리는 실로폰 소리와 벨 소리가 맑은 물소리처럼 들립니다. 다양한 빛은 복잡한 도시의 각양각색의 빛이 산발하는 혼란스러움 같습니다. 일정한 틀을 거부하는 추상성이, 비정형의 모습으로 퍼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는 것 같은 혼란스러움과 긴 호흡의 낮은 관악기 배음 위로 물방울처럼 튀는 실로폰 소리들, 규정할 수 없는 소리들의 다양한 산란을 연주하는 시향의 시도에 감탄과 박수를 보냅니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소리 속의 웅성거림에 새로운 음악에 대한 신기함이 담겨있습니다. 작곡가 우미현 씨가 무대로 나와 인사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세계 초연의 연주를 들은 거잖아요? ㅎㅎ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 다단조, 작품 18


추억의 장소에 가면 추억이 떠오르듯이 음악도 추억과 사랑스런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할 듯합니다. 영화와 책에 자주 등장하고 인용되는 그 아름다운 선율.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과 서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곡. 특히 겨울에 듣는 맛이 더 한 곡입니다. 추억을 실어 나를 피아노가 무대 중앙으로 나옵니다. 빛의 유희가 생소한 곡이었다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익숙한 선율입니다. 젊은 시절의 말론 브란도 같은 알렉세이 볼로딘 씨가 등장합니다. 1악장 처음 8번의 두드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커지며 문을 엽니다. 1악장의 이 울렁거림. 큰 파도 같기도 하고 눈사태처럼 쏟아져 밀려오는 소리의 사태. 피아니스트는 힘을 뺀 편안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얼마나 많이 들었던 음악인가요. 그런데도 또 다른 기대로 듣는 신선함이 있어 즐겁습니다. 피아노는 과하지 않게 오케스트라에 스며들고 오케스트라는 피아노를 안고 큰 파도를 넘습니다. 작은 눈덩이가 굴러 점점 커지듯 음악 소리는 피아노와 섞여 큰 소리의 덩어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만난 넓고 고요함은 첼로 소리와 어울리며 잔잔해집니다.


2악장 느리면서 침착하게 연주하되 음 하나 하나 충분히 눌러서 무겁게 연주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문학수 씨의 책 제목이기도한 곡의 빠르기는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 1악장에도 쓰였지요. 피아노는 플루트와 이중주로 그 아름다운 선율을 불러냅니다. 클라리넷에서 플루트로 오가며 이어지는 선율. 피아노는 사뿐사뿐 하얀 눈밭을 걸어가듯 소리의 발자국을 남깁니다. 지금까지 듣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근육질의 큰 몸집을 한 우람함이라면 오늘 알렉세이 볼로딘의 연주는 고운 여인 같은 느낌입니다. 조용조용, 사뿐사뿐 큰 소리 내지 않고 곱상한 느낌이랄까요. 그동안 듣던 큰 타건에 비해 절제된 연주를 듣습니다. 울컥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눈감고 생각하듯 잠잠히 지나갑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3악장 말달리듯 속주하는 피아노 소리는 라흐마니노프가 라벨처럼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도 묘한데요. 저드 님의 스타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간결하게 과장되지 않은 깔끔한 스타일. 낮은 음을 길게 눌러 가슴을 울리는 소리보다는 적당한 소리의 부드러움으로 감동시키는 잔잔함. 지금까지 듣던 스타일과 다른 색다른 연주입니다. 피아노를 너무 앞세우지도 오케스트라도 너무 출렁거리지 않게 매끈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다음 주 화요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연주와 비교해보면 어떨지 궁금하네요. 스타일이 같은지, 연주홀에 따라 다른지 이번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겠네요. 또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될 알렉세이 볼로딘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연주네요.


연주 후 환호하며 기립 박수로 감동을 표합니다. 몇 번의 인사 후 저드 님이 웃으며 피아니스트를 피아노로 보냅니다. 이런 이런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사단조 작품 23. 5. 멋진 앙코르 곡을 연주합니다. 앙코르 곡도 감동입니다. 알렉세이 볼로딘은 원래 이런 스타일의 연주를 하는군요. 러시아 사람인데 프랑스 사람 같은. 전주곡도 아름답고 부드럽게 연주하네요. ㅎㅎ 라흐마니노프의 다른 면을 만나게 된 색다른 연주였습니다. 오호 두 번째 앙코르 곡도 전주곡 작품 32. 12. 피아노는 요술램프처럼 감춰둔 화려한 선율을 쏟아냅니다. 피아노 소리는 기교로 화려해지고 작은 소리에 고요해지고 유려한 선율에 객석은 숨죽이고 매료됩니다.


차이코프스키 , 교향곡 제4번 바단조, 작품 36


1악장 처음부분의 호른 연주. 트럼본과 트럼펫으로 이어지는 강렬한 부르짖음. 차이코프스키의 기막힌 운명은 이렇게 지금도 남아 우리 앞에서 외칩니다. 아름답게만 들리던 선율에는 슬픔이 스며있습니다. 클라리넷 소리는 무엇을 말하는 듯, 첼로 소리와 목관악기는 춤을 추듯 일렁거리지만 감추어둔 슬픈 선율이 계속 따라옵니다. 차이코프스키만의 화려하고 웅장한 관현악의 총주가 현란합니다. 이리저리 오가는 소리의 물결과 커졌다 작아지는 음폭의 소용돌이가 객석으로 휘감고 뒤흔들며 뿜어내는 트럼펫은 혼을 쏙 빼놓습니다. 저드 님의 지휘도 가장 빠르고 바쁘게 이리저리 휘젓고 지시하고 독려합니다.


소리의 태풍 후 들리는 바순 소리. 플루트 소리는 시원한 물을 마신 것처럼 상쾌합니다. 산 속에서 들리는 새소리처럼 아름다운 선율. 잔잔해진 1악장은 다시 부풀어오르는 소리의 소용돌이. 자칫 탁해질 수 있는 소리를 바로잡고 분명하게 다시 트럼펫은 쏘아 올립니다. 호른은 특유의 일관된 소리를 뿜어냅니다. 현악기의 활은 엄청난 속도로 현을 문지르며 1악장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줄 듯 끝으로 치닫습니다.


2악장. 오보에의 구슬픈 선율이 마음을 헤집습니다. 악기 하나로 모든 관객을 휘어잡습니다. 첼로의 깊은 한숨 같은 소리. 춤을 추지만 마음은 낮게 낮게 가라앉는 표정. 바이올린도 낮게 차이코프스키의 애수 띤 선율을 끌어내고 비올라는 처연하게 노래합니다. 1악장의 운명의 부르짖음이 2악장의 서글픔 선율로 변하여 휘어잡고 애끊는 소리로 호소합니다. 운명의 마수는 이렇게도 아름다운 선율을 가지고 있네요. 헤어나올 수 없는 싸이렌 소리처럼 귀를 홀립니다. 바순 소리도 바이올린과 함께 2악장의 끝을 낮게 가라앉힙니다.


3악장. 슬픈 선율 뒤의 피치카토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새의 날갯짓 같기도 하고 뛰어다니는 노루의 경쾌한 뒷모습 같기도 하고 살짝 흩날리는 눈발 같기도 하고 목관악기의 재잘대는 소리는 가장 명랑한 소리입니다.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때가 있었다는 듯 종종걸음처럼 경쾌한 소리들. 손으로 튕긴 현의 소리는 객석을 집중시킵니다. 켜지 않고 튕겨 연주해야만 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4악장 빠르고 격렬하게. 깜짝 놀라게 하는 격렬한 터짐이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운명을 돌이켜 세우듯 높고 곧은 소리는 슬픔을 걷어냅니다. 운명의 소리를 뿜어대던 금관악기는 크고 분명한 소리로 일으켜 세웁니다. 화려한 축제의 팡파르처럼 터지고 일제히 외치는 함성 같은 단단함이 있습니다. 소리의 소용돌이를 잡아주는 트라이앵글 소리. 소리의 물살을 휘젓는 바이올린 소리. 단호하고 분명한 트럼본과 트럼펫 소리는 이제 1악장의 그 소리에서 벗어나 희망을 향해 외치는 소리로 변해있습니다. 그래야지요. 그런 거지요.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을 딛고 우뚝 서는 저 소리의 눈빛. 시원시원한 피날레는 가슴을 후련하게 해줍니다.



[답변] 운명에 맞서는 시원한 팡파르
작성자 artdpo
등록일 18/11/19

tapdongi님의 정성어린 공연후기 감사드립니다.


 


tapdongi님께서 적어주신 공연후기 제목 한 줄이 이번 공연의 느낌을 한 번에 표현한 속시원한 문장 같습니다.


 


대전출신의 작곡가 우미현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빛의 유희'는 말씀해주신 것처럼 세계 초연이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던 연주였던 것 같습니다.


오케스트라로 빚어내는 다양한 소리의 향연에 저도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앞으로 작곡가 우미현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게 만드는 무대였던 것 같습니다.


 


마치 라흐마니노프 페스티벌을 떠오르게 만드는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과의 협연 및 앙코르 무대,


tapdongi님의 제목 그대로 시원한 팡파르를 느낄 수 있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까지...


객석을 가득 매워주신 관객분들 덕분에 공연의 가치가 더욱 빛났던 것 같습니다.


 


tapdongi님의 소중한 공연 후기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챔버시리즈5 및 크리스마스 콘서트에도 큰 관심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대전시립교향악단 -


 


 


 


 


------------ 원 본 글 시 작 -------------  


전석 매진! 객석은 감동을 예고한 기다림과 즐거운 두근거림으로 술렁입니다. 저드 님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음악에 대한 진지하고 열정적인 해석도 물론이지만 대전 출신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발굴하여 연주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미현, 오케스트라를 위한 빛의 유희


빛의 반사로 인한 색채의 변화를 그려보았다는 자막을 보여줍니다. 빛은 여러 개의 낯선 소리들로 시작됩니다. 날카롭기도 하고 타악의 둔탁함도 있고 우르릉거리는 금속성과 하울링 되는 신비함도 있습니다. 바이올린 현의 긁히는 소리, 뿜어내는 관악기 소리는 긴장된 두려움 같은 소리입니다. 처음의 날것의 생소함이 귀를 세우고 듣게 하고 가끔씩 울리는 실로폰 소리와 벨 소리가 맑은 물소리처럼 들립니다. 다양한 빛은 복잡한 도시의 각양각색의 빛이 산발하는 혼란스러움 같습니다. 일정한 틀을 거부하는 추상성이, 비정형의 모습으로 퍼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는 것 같은 혼란스러움과 긴 호흡의 낮은 관악기 배음 위로 물방울처럼 튀는 실로폰 소리들, 규정할 수 없는 소리들의 다양한 산란을 연주하는 시향의 시도에 감탄과 박수를 보냅니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소리 속의 웅성거림에 새로운 음악에 대한 신기함이 담겨있습니다. 작곡가 우미현 씨가 무대로 나와 인사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세계 초연의 연주를 들은 거잖아요? ㅎㅎ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 다단조, 작품 18


추억의 장소에 가면 추억이 떠오르듯이 음악도 추억과 사랑스런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할 듯합니다. 영화와 책에 자주 등장하고 인용되는 그 아름다운 선율.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과 서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곡. 특히 겨울에 듣는 맛이 더 한 곡입니다. 추억을 실어 나를 피아노가 무대 중앙으로 나옵니다. 빛의 유희가 생소한 곡이었다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익숙한 선율입니다. 젊은 시절의 말론 브란도 같은 알렉세이 볼로딘 씨가 등장합니다. 1악장 처음 8번의 두드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커지며 문을 엽니다. 1악장의 이 울렁거림. 큰 파도 같기도 하고 눈사태처럼 쏟아져 밀려오는 소리의 사태. 피아니스트는 힘을 뺀 편안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얼마나 많이 들었던 음악인가요. 그런데도 또 다른 기대로 듣는 신선함이 있어 즐겁습니다. 피아노는 과하지 않게 오케스트라에 스며들고 오케스트라는 피아노를 안고 큰 파도를 넘습니다. 작은 눈덩이가 굴러 점점 커지듯 음악 소리는 피아노와 섞여 큰 소리의 덩어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만난 넓고 고요함은 첼로 소리와 어울리며 잔잔해집니다.


2악장 느리면서 침착하게 연주하되 음 하나 하나 충분히 눌러서 무겁게 연주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문학수 씨의 책 제목이기도한 곡의 빠르기는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 1악장에도 쓰였지요. 피아노는 플루트와 이중주로 그 아름다운 선율을 불러냅니다. 클라리넷에서 플루트로 오가며 이어지는 선율. 피아노는 사뿐사뿐 하얀 눈밭을 걸어가듯 소리의 발자국을 남깁니다. 지금까지 듣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근육질의 큰 몸집을 한 우람함이라면 오늘 알렉세이 볼로딘의 연주는 고운 여인 같은 느낌입니다. 조용조용, 사뿐사뿐 큰 소리 내지 않고 곱상한 느낌이랄까요. 그동안 듣던 큰 타건에 비해 절제된 연주를 듣습니다. 울컥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눈감고 생각하듯 잠잠히 지나갑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3악장 말달리듯 속주하는 피아노 소리는 라흐마니노프가 라벨처럼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도 묘한데요. 저드 님의 스타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간결하게 과장되지 않은 깔끔한 스타일. 낮은 음을 길게 눌러 가슴을 울리는 소리보다는 적당한 소리의 부드러움으로 감동시키는 잔잔함. 지금까지 듣던 스타일과 다른 색다른 연주입니다. 피아노를 너무 앞세우지도 오케스트라도 너무 출렁거리지 않게 매끈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다음 주 화요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연주와 비교해보면 어떨지 궁금하네요. 스타일이 같은지, 연주홀에 따라 다른지 이번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겠네요. 또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될 알렉세이 볼로딘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연주네요.


연주 후 환호하며 기립 박수로 감동을 표합니다. 몇 번의 인사 후 저드 님이 웃으며 피아니스트를 피아노로 보냅니다. 이런 이런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사단조 작품 23. 5. 멋진 앙코르 곡을 연주합니다. 앙코르 곡도 감동입니다. 알렉세이 볼로딘은 원래 이런 스타일의 연주를 하는군요. 러시아 사람인데 프랑스 사람 같은. 전주곡도 아름답고 부드럽게 연주하네요. ㅎㅎ 라흐마니노프의 다른 면을 만나게 된 색다른 연주였습니다. 오호 두 번째 앙코르 곡도 전주곡 작품 32. 12. 피아노는 요술램프처럼 감춰둔 화려한 선율을 쏟아냅니다. 피아노 소리는 기교로 화려해지고 작은 소리에 고요해지고 유려한 선율에 객석은 숨죽이고 매료됩니다.


차이코프스키 , 교향곡 제4번 바단조, 작품 36


1악장 처음부분의 호른 연주. 트럼본과 트럼펫으로 이어지는 강렬한 부르짖음. 차이코프스키의 기막힌 운명은 이렇게 지금도 남아 우리 앞에서 외칩니다. 아름답게만 들리던 선율에는 슬픔이 스며있습니다. 클라리넷 소리는 무엇을 말하는 듯, 첼로 소리와 목관악기는 춤을 추듯 일렁거리지만 감추어둔 슬픈 선율이 계속 따라옵니다. 차이코프스키만의 화려하고 웅장한 관현악의 총주가 현란합니다. 이리저리 오가는 소리의 물결과 커졌다 작아지는 음폭의 소용돌이가 객석으로 휘감고 뒤흔들며 뿜어내는 트럼펫은 혼을 쏙 빼놓습니다. 저드 님의 지휘도 가장 빠르고 바쁘게 이리저리 휘젓고 지시하고 독려합니다.


소리의 태풍 후 들리는 바순 소리. 플루트 소리는 시원한 물을 마신 것처럼 상쾌합니다. 산 속에서 들리는 새소리처럼 아름다운 선율. 잔잔해진 1악장은 다시 부풀어오르는 소리의 소용돌이. 자칫 탁해질 수 있는 소리를 바로잡고 분명하게 다시 트럼펫은 쏘아 올립니다. 호른은 특유의 일관된 소리를 뿜어냅니다. 현악기의 활은 엄청난 속도로 현을 문지르며 1악장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줄 듯 끝으로 치닫습니다.


2악장. 오보에의 구슬픈 선율이 마음을 헤집습니다. 악기 하나로 모든 관객을 휘어잡습니다. 첼로의 깊은 한숨 같은 소리. 춤을 추지만 마음은 낮게 낮게 가라앉는 표정. 바이올린도 낮게 차이코프스키의 애수 띤 선율을 끌어내고 비올라는 처연하게 노래합니다. 1악장의 운명의 부르짖음이 2악장의 서글픔 선율로 변하여 휘어잡고 애끊는 소리로 호소합니다. 운명의 마수는 이렇게도 아름다운 선율을 가지고 있네요. 헤어나올 수 없는 싸이렌 소리처럼 귀를 홀립니다. 바순 소리도 바이올린과 함께 2악장의 끝을 낮게 가라앉힙니다.


3악장. 슬픈 선율 뒤의 피치카토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새의 날갯짓 같기도 하고 뛰어다니는 노루의 경쾌한 뒷모습 같기도 하고 살짝 흩날리는 눈발 같기도 하고 목관악기의 재잘대는 소리는 가장 명랑한 소리입니다.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때가 있었다는 듯 종종걸음처럼 경쾌한 소리들. 손으로 튕긴 현의 소리는 객석을 집중시킵니다. 켜지 않고 튕겨 연주해야만 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4악장 빠르고 격렬하게. 깜짝 놀라게 하는 격렬한 터짐이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운명을 돌이켜 세우듯 높고 곧은 소리는 슬픔을 걷어냅니다. 운명의 소리를 뿜어대던 금관악기는 크고 분명한 소리로 일으켜 세웁니다. 화려한 축제의 팡파르처럼 터지고 일제히 외치는 함성 같은 단단함이 있습니다. 소리의 소용돌이를 잡아주는 트라이앵글 소리. 소리의 물살을 휘젓는 바이올린 소리. 단호하고 분명한 트럼본과 트럼펫 소리는 이제 1악장의 그 소리에서 벗어나 희망을 향해 외치는 소리로 변해있습니다. 그래야지요. 그런 거지요.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을 딛고 우뚝 서는 저 소리의 눈빛. 시원시원한 피날레는 가슴을 후련하게 해줍니다.

------------ 원 본 글 종 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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