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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음악만이 줄 수 있는 순결한 아름다움과 감동
Name tapdongi
Date 2019-12-20 13시11분
12월의 시 -이해인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것을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연주 전 이미 매진된 송년 음악회! 매번 연주마다 대전시향의 연주 수준과 관객의 열정은 소문난 맛집 앞에 줄 서서 기다리듯이 꼭 들어봐야 할 오케스트라로 그 명성이 티켓 파워로 증명됩니다. 로비는 연말 분위기로 반짝반짝 빛납니다. 연주회에 같이 온 가족과 지인들이 크리스마스 장식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고 2020년 다이어리와 연주 목록을 가슴에 품고 웃음꽃을 피웁니다.
대박! 대박 사건! 2020년도에는 어떤 연주를 할지 연주 스케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받아보고 너무, 너무 좋아서 얼른 2020년이 오기를 기다리는 초조함이 생깁니다. 미리 듣기 스트리밍처럼 한 곡 한 곡의 곡조들이 마음속에서 환청처럼 들립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와우! 말러 교향곡 2번과 6번! 전국의 말러리안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말러 2번은 2004년 함신익 지휘와 2015년 금노상 지휘로 연주된 적이 있었고 베르디 레퀴엠, 베토벤 트리플 콘첼토, 스트라빈스키 ‘불새’, 차이콥스키 발레 음악.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고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하여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협연자들은 또 세계 최정상의 연주자들이네요. 스티븐 허프, 양성원, 리처드 용재 오닐, 에블린 글레니. 어떻게 이런 최정상 연주자들을 섭외하셨나요. 고맙고 기대감 가득한 2020 연주 목록을 보며 자리에 앉아 연주를 기다립니다. 오늘은 김필균 악장 대신에 제2악장 태선이 씨가 나왔네요.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작품 72c] 서곡
힘차고 깔끔한 시작. 호른의 정확하고 분명한 소리와 목관악기의 부드럽고 풍부한 빛깔, 현악기의 깨끗하고 화려한 소리에 팀파니는 둥둥 울리고. 고전음악 특유의 딱딱 맞아떨어지는 소리와 커졌다가 작아지는 소리의 변화가 모든 악기의 훌륭한 연주로 드러납니다. 호른이 자주 등장하는데 역시 연주를 잘하네요. 이진아 클라리넷 수석의 소리도 너무 좋구요. 객원지휘자 다니엘 라이스킨의 지휘는 열정적이고 역동적입니다. 중후한 영화배우처럼 멋진 모습으로 지휘하니 소리도 더 멋지게 들립니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라단조, 작품 125 “합창”
연주 단원들이 보강되고 늦은 관객들이 잠깐의 틈을 이용해 몰려 들어오며 객석은 분주합니다.
1악장 [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고 약간 위엄 있게] 2019년 한 해를 마감하며 다시 또 만난 베토벤 합창교향곡. 저무는 한 해를 되돌아보며 음악으로 위로받습니다. 첫 시작의 익숙한 소리와 리듬. 분주한 현악기의 활과 재잘대는 목관악기 소리. 악기들이 서로 어울리며 내는 소리가 밀려오기도 하고 솟아오르며 튀어 오르기도 하며 심각한 무언가를 예감하게 합니다. 단순한 주제가 폭발하듯 등장하는 이 부분에서 사람들은 우주가 만들어지는 태초의 혼돈을 연상했다고 합니다. 지휘자의 몸짓이 역동적입니다. 온몸으로 지휘합니다. 같은 음악이지만 같지 않은 음악의 감동을 느낍니다. 지난 시간과 현재의 만남, 오래전부터 있던 음악은 살아있는 음악으로 꿈틀댑니다. 내 마음이 슬프고 힘들 때는 무겁고 심각하게 들리고,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들을 때는 웅장하고 진중하며 명쾌하게 들립니다. 오늘 연주는 지휘자의 열정적인 지휘로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를 보는 것처럼, 건강한 느낌입니다. 전혀 느리지 않고 활기차며 민첩합니다. 같은 차지만 운전자에 따라 그 움직임이 다르게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지휘자의 움직임과 손짓에 따라 꿈틀꿈틀 반응하는 대전시향.
2악장 [매우 생기있게] 2악장의 특징이 정말 잘 드러나는군요. 연주를 참 잘하네요. 지휘에 따라 생기있고 발랄하며 현악기의 빠른 움직임이 아주 잘 드러나네요. 목관악기가 명확하게 불고 아~ 저 바순 소리. 천둥 치는 소리 같은 팀파니 소리. 예전에 흘려듣던 소리가 모두 살아나와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음악의 끓는점이 높아집니다. 상승하는 소리와 리듬. 반복되지만 긴장감을 꽉 잡은 소리가 낮게 깔리기도 하고 잠깐 멈췄다가 터치고 퍼지며 마음을 조였다 풀어주며 음악의 묘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이렇게 역동적이고 분명한 베토벤 합창을 만나다니 참 기분 좋습니다. 느낌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음악적 감동을 순간순간 느낍니다.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이 함께 연주하고 호른과 목관악기가 주고받는 소리의 빛깔. 팽팽한 장력과 꽉 찬 소리. 정확한 터치와 호흡, 그만큼으로 두드리는 소리는 한순간에 터진 불꽃처럼 밝게 빛납니다. 아름다운 연주에 행복한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연주를 너무 잘하는데요! 꽉 찬 객석은 꼼짝하지 않고 음악에 사로잡혔습니다.

대전, 전주, 천안 시립 연합합창단 및 성악가 입장 시 연주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박수를 삼가주세요.

자막을 띄워 연주의 긴장을 끊지 않는 세심함이 보입니다.
3악장 언제 그랬냐는 듯 [매우 느리게 노래하듯이]의 3악장은 유려하고 부드러우며 아름다운 아다지오 선율로 매료시킵니다. 클라리넷이 주연입니다. 조연은 바순. 현악기는 배경음악이 되어 주연과 조연을 받쳐줍니다. 가장 잘 익은 까만 포도송이를 보는 것처럼 탱글탱글한 음악의 알맹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플루트와 오보에가 받아 사랑스러운 이중주를 들려주고 화려한 불꽃의 끝처럼 클라리넷 소리가 현악기의 피치카토 소리를 타고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모든 악기를 아우르고 감싸 안고 손잡고 이끄는 지휘자의 몸짓. 다니엘 라이스킨 님의 지휘는 참 인상적이며 열정적이네요. 현악기 소리는 4악장을 위해 숨죽인 관객과 합창단, 솔리스트들을 어루만지며 잔잔한 선율의 물결로 흐릅니다. 조금의 지루함도 느끼지 않게, 딴 생각하지 못하도록 몰입하게 하는 연주입니다. 이 아름다운 연주가 오래도록 계속되기를 바라는 행복한 마음으로 눈감고 듣습니다.
4악장 [매우 빠르게-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 드디어 4악장의 저 소리. 음악이 음악으로 말하는 저 소리들. 관악기만으로 숨 가쁘고 리듬감 있는 곡조로 악기는 말합니다. 제1, 제2, 제3악장의 주요한 악상을 회고합니다. 그것들은 베토벤 자신이 `Nein아니다`라고 적어 넣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에 의한 레치타티보 풍의 가락을 무반주로 제시합니다. 이 기막히며 창의적인 작곡. 들으면 들을수록 위대한 합창교향곡의 진가를 확인하게 됩니다
더블베이스로 시작하는 환희의 선율. 점점 악기들이 합해지며 그 음악은 풍성해지고 커집니다. 바이올린까지 합해지며 4절을 반복한 것처럼 커지고 커져 우뚝 섭니다. 독창자를 부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순간 남성 58명, 여성 67명 전체 125명의 합창단이 일제히 일어섭니다. 그리고 베이스 솔리스트 길경호 님이 벌떡 일어나 외칩니다.

“오, 벗이여! 이런 곡조는 아니오! 더 즐겁고 환희에 찬 곡조를 노래합시다!”라고 말합니다.

“환희여! 환희여!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빛이 가득한 성소로 들어가자.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결합시키는 도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 진실된 우정을 얻은 자여 여성의 따뜻한 사랑을 얻은 자여, 다 함께 모여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그렇다. 비록 하나의 마음이라도 땅 위에 그를 가진 사람은 모두다. 그러나 그조차 가지지 못한 자는 눈물 흘리며 조용히 떠나가거라.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연의 가슴에서 환희를 마시고 모든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그녀의 장미 핀 오솔길을 환희 속에 걷는다. 환희는 우리들의 입맞춤과 포도주, 죽음조차 빼앗아 갈수 없는 친구를 주고 땅을 기는 벌레마저 기쁨을 선물 받고, 천사 케루빔은 신 앞에 선다. 천사 케루빔은 신 앞에 선다, 신 앞에 선다. 신 앞에, 신 앞에”

독창자와 합창이 주고받는 아름다운 화음. 사실 얼마나 부르기 어려운 발음과 리듬인가요. 그 소리와 리듬을 정말 조금의 느림도 없이 분명하게 부릅니다. 모든 소리가 일제히 부르고 잠깐의 정적이 주는 쭈뼛함. 황홀함을 느낍니다.
테너 솔리스트 권순찬 님의 테너 음색이 합창단 전체의 테너 소리로 이어지며 내는 남성만의 맑고 깨끗한 소리.

“환희여, 수많은 태양들이 천국의 영광스런 계획을 따라 창공을 가로지르듯 형제여, 그대들의 길을 달려라. 영웅이 환희에 찬 채로 승리의 길을 달리듯 형제여, 그대들의 길을 달려라.”

빨라지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마음속으로 박자를 맞추며 신발 속 발가락을 꿈틀거립니다. 합창의 쓰나미. 한 덩어리의 합창 소리가 주는 감동. 그동안의 모든 시름, 근심, 걱정을 환희로 바꿔주는 음악의 힘. 남성 전체가 부르는 저 든든한 외침. 아름다운 여성의 소리가 어울리며 만드는 고양된 마음. 음악, 오직 음악만이 줄 수 있는 순결한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낍니다. 사람의 목소리가 주는 최상의 감동입니다. 숨을 몰래 쉬며 음악에 사로잡힌 마음으로 합창을 따라부릅니다. 정말 최고의 합창교향곡입니다. 객석을 가득 채운 대전시향 회원들도 같은 마음으로 하나 되어 드리는 찬양입니다.

“백만 인이여, 서로 포옹하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형제여! 별의 저편에는 사랑하는 아버지 주님께서 계신다. 억만의 사람들이여, 엎드려 빌겠는가? 세계의 만민이여, 창조주가 계심을 알겠는가? 별들이 수놓아져 있는 천공의 저편에서 사랑하는 주님을 찾으라. 별들이 지는 곳에 주님은 계신다.”

합창의 정수를 느낍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 준 대전시향 참! 감동, 감격입니다. 베토벤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의 소용돌이, 용광로에 그동안의 나쁜 모든 것을 집어넣어 불사르고 용해 시킵니다.

연주가 끝나고 환호성과 박수, 박수를 계속 보냅니다. 여러 번의 박수와 답례 후 석별의 정Auld Lang Syne을 함께 부르며 2019년 연주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답변]
Name 교향악단 Date 2019-12-30 12시12분

tapdongi님의 공연후기에 감사드립니다.

한 해의 마무리는 역시 베토벤의 나인 심포니지요.

이번 연주회에서는 객원지휘자 다니엘 라이스킨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2악장 끝나고, 합창단과 솔리스트 입장시 최대한 신속히 조용히 이루어져,

연주회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부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관객여러분들께서도 함께 숨죽이고, 분위기를 이어가 주신 덕분에, 

이번 연주회는 한 편의 영화같이 감동적인 시간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틀 후면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습니다.

새해를 맞아 더욱 행복한 일 가득하시기를 바라며,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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