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공연
대전시립교향악단

베토벤,그리고 그의 그림자
입니다.

2018.4.5(목)19:30 대전 예술의 전당 아트홀

비가 오는 봄날의 저녁
업무를 마치고 오느라
바쁘게
예술의 전당으로 출발
마음은 급해도
공연을 듣기 전에
마음을 차분하게
해보려 애써봅니다.

공연 15분전이지만
공연은 적어도 1시간전에 와서 티켓팅하고 산책도 하고
오늘의 공연을 어떻게 들어야 할것인가?
하는 즐거운 고민도 해보고
합주중에 솔로가 나오는
특히,내가 좋아하는 파트를
연주자가 실수 하지는 않을까?하고
걱정도 해보며
몸은 걷고 있지만
정신은 이미 공연중인 그럼 몰입이 들어 가야 하는데


늦어버린 상태에서
되돌릴수 없는 시간을 탓하기 보다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
김이석 사무국장님께 늦었다는
 양해를 구하고
(공연 30분전에 공연 설명을 해주십니다.)
오늘 공연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여쭤보고
 숙지를 합니다.

왜냐고요?
좋은 음악이야 누군들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최고의 오케스트라 라이브를
 바로 앞에서 듣는데
그냥 들으면
너무 미안 하잖아요.

생각 해보세요
연주자는 이시간을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해서
왔는데

이거는

너무 과격 한가요?
그럼

이정도로
하겠습니다.
^^

티켓을 받고
입장!
언제나
긴장 됩니다.

3년째 오고 있는데
이제는 편안한 맘으로 올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지만
아트홀에 들어설때면
마치 처음 오케스트라 공연을 오는듯한 설레임과
이런공연은
아마도 이게 마지막일꺼야
그러니
좀더 집중해서 들어야지
하는
생각에
편안한 마음 보다는
긴장 되고
두근 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입장을 하게 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프로그램 설명 드립니다.

안성혁
교향시"태초의 빛"

객석이 채워지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김필균악장님

악장의 키에 조율 됬네요.
지휘자
제임스 저드님 입장
49년생 아부지랑 나이가 같으셔서 더욱 좋아합니다.
^^

천둥이 치고
암흑속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거대한 쓰나미가 지나가는 듯한
스펙타클한 사운드로 객석을 지배한다.
카오스!

정적
퍼스트 어택이 끝나고
대륙이 갈라지고
산이 솟아 나고
해수면 상공을
빠르게
가로지르며
카오스와
지각변동으로
변화된속에서
작은것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순간!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비추어 지고

구름사이로  
어둠을 몰아내고
 땅에서는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찬란한 아침을 맞는다.

BRAVI!
시작 전에 설명은 들었지만
이렇게 엄청난 곡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고 제5번 내림 마장조,작품 73
"황제"
피아노
손정범

1.빠르게
2.느리지만 움직임음 가지고
3.론도,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

피아노광고 하면 이곡이 빠지지 않고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공연 며칠전부터
천천히 들어보면서
귀에 넣어왔으니
더욱 기대된다.
두개의 버전으로 들었는데
1.피아노의 왕이라 불리는 크리스티안 짐머만/지휘 번스타인
2.바렌보임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것인가?
잔뜩 기대 되는 가운데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입장하고
제임스님과 눈을 맞추고
집중!집중!

1악장
영롱한 피아노 울림이
아침 이슬비처럼
싱그러운 봄을 알리고
플룻이 나비처럼 피아노와 앙상블을 이루며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듯
 땅을 깨운다.
피아니스트 손정범님의 피아노는
 마치 재즈 피아니스트같이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보는 눈과 귀가
싹! 씻겨 내려가는데

똔또론또똔또또
헉!
글렌굴드다
손정범 피아니스트
입으로 소리내심
리듬을 타다가
글렌굴드 특유의 화음을
여기서 보게 될줄이야

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글렌굴드와 오버랩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샤프트에 양각된 돌기들이
스틸판에 닿으면서
연주되는 오르골 처럼
피아노가 협주를 만나면서
광대승천을 하게 만들며
몸의 생기가 감돌게 만든다.

2악장

느리지만 움직임을 가지고

대청호의 물이 멈춰보이지만 흐름이 있듯이
수면 아래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미스트가 가라앉는듯 떠오르고
햇살이 비춰지며
산책자의 발걸음이 시작된다.
호반의 산책로가 신비로우면서도
다정하게 다가오는것같다.
바람이 불어 오지만
이제는 가슴속을 파고드는 바람이 아니고
옷사이를 훈훈하게 해주는 봄바람이다.

봄바람이 들어오자 마자
이어지는
3악장

봄비와 같이
생명을 깨우는
푸릇함을 가진
상쾌한 선율이 시작되고
얼었다가 녹은 푸석푸석한 땅에
빗물이 스며들어 부드러워 지고
대지에 깃든 수분을
모든 뿌리들이 빨아들여
작은풀부터 큰 나무에서 숲까지
푸름이 올라오는 풍경을 보여준다.

이곡중에 제가 좋아하는 부분인
협주다음에 이어지는 바순이
나오는 부분이 다가오고 손을 꽉쥐고
기다리는데
캬~역시 대전시향 최고!!

여운을 느끼기도전에 피날레를 향한다.

INTERMISSION

얼굴이 너무 발그래 해져서
밖으로 나가기가 조금
뻘줌했는데

다행히
모든 관객들이 발그래 하네요
^^

브람스
교향곡 2번 라장조,작품73

1.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
대지에 숨결을 불어넣으면서
호수위에 떠있는 나를 발견한다.
항해를 시작하고

꽃을 노래 하다가
정원을 노래하고

나무를 노래하다가
숲을 노래한다.

호반에서 숲길로
걷다가
하늘 위에서 산을 보며
산바람을 느낀다.


2.느리지만 지나치지 않게

순수한 첫사랑과
벗꽃길을 걸을며 느꼈던
분홍빛 감성이
어느덧
빚바래진다.


3.조금 빠르고 우아하게

어린시절 엄마와 갔던
봄의 자연농원
알록달록한 꽃들이
향수속에서
피어있는
동화속 세상


4.빠르고 힘차게
놀이공원
회전목마
대관람차
하늘위에서
느끼는
넓은 대지와
봄바람
그리고
롤러코스터

위대한이와 그의 그림자라 불리는이
그러나 그 그림자는 한 낮의 짧은 그림자가 아니다.
석양이 지기전 가장 길어 보이는
그런 그림자 이다.

오늘완전 로또 탔네요.
하지만 말이죠
대전 시향 여러분
이거 너무 한거 아닌가요?
 
위대한 개츠비를 지은 스콧 피츠제럴드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는 연인을 보고
"하루에 열 페이지 이상은 읽지 않는 게 좋을 꺼야"
라고 조언 했다고 합니다.
"천천히,꼼꼼하게 읽고서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읽은 부분을 잘 소화시켜야 해"
오늘의 공연은
프로그램 음악은 물론
연주자,그리고 여백 까지 아름다운
공연 이었습니다.
음악이 빚어내는 이미지의 아름다움에
현기증이 일어 납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지닌 음악은 한꺼번에 들어서는
안됩니다!
너무나 황홀한 시간 보낼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