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들었지만 역시 음악은 좋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연주회였습니다. ^^ ㅎㅎ

전문적인 지식이나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이 그저 음악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즐기는 입장에서

이번 연주회를 들으면서 떠오른 이미지나 생각을 적어봅니다.

모쪼록 이론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순수한 관객의 입장임을 고려해 주세요 ㅎ

ㆍ안성혁 _ 교향시 "태초의 빛" 
   S. Ahn(1970~) _ Symphonic Poem “Primordial Light”
교향시라는 형식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제목이 있고 그 제목이 또한 익숙한 테마인 창조의 순간에 대한 것이가 보니 큰 걱정없이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빛이 아닌 어둠에서부터 시작했다. 혼돈이 있고 어둠이 점점 짙어지던 순간에 빛이 나타났다. 빛이 등장하는 순간은 전례가 없는 강렬함을 보였지만 그 존재가 어둠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일순간 밀려난 듯 했던 어둠은 그 명맥을 유지하며 빛의 뒤에 숨어서 점차 다시 세력을 회복해 갔다. 강렬했던 빛은 어느새 꺼질듯이 가느다랗게 위축되어 갔다. 그러다가 빛에게서 생명이 인간이 태어났다. 인간은 자신이 떨어져 나온 빛을 쫓아 어둠을 물리치며 빛을 밝혔다. 처음에는 미약했지만 그 정도는 점차 커져갔고 어느새 빛은 최초의 순간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손에서 그 빛남은 자자손손 유지될 것이다.

ㆍ베토벤 _ 피아노 협주곡 제5번 내림 마장조, 작품 73 "황제" 
   L. van Beethoven(1770~1827) _ Piano Concerto No. 5 in E-flat Major, Op. 73 "Emperor"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부제를 보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발레 댄서의 성장기 같은 곡이었다. 첫번째 악장에서는 발레 댄서의 움직임이 연상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마치 누군가의 것을 따라 배울때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만을 중시한 채 감정적인 면이 최대한 배제된 것 같았다. 그렇지만 두번째 악장에서는 아마추어 댄서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연습한 결과 꿈과 같은 시간의 흐름과 실력 향상이 보이면서 단순히 기술만이 아닌 감각적인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번째 악장에서는 이제 스스로가 스승이 된 발레 댄서가 자신에 과거에 그랬던 것 처럼 후학들에게 가르치는 듯한, 그리고 화려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앵코르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박수 갈채 이후에 피아니스트는 마치 깍아지른 절벽끝에 주변를 넓게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근원적인 고민을 하는 듯한 곡을 쳤는데 쇼팽의 에튀드 25번 대양 이라는 제목의 곡이었다.

ㆍ브람스 _ 교향곡 제2번 라장조, 작품 73 
   J. Brahms(1833~1897) _ Symphony No. 2 in D Major, Op. 73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은 마치 고원의 숲과 같았다. 장엄한 산세가 보이지만 그 비탈을 올라가면 넓게 펼쳐진 빼곡한 숲이 보였다. 숲속에는 네발 짐승과 산새들이 살아가고 있었으며, 이러한 풍경의 낮과 밤, 맑은 날과 비오는 날등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