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대전시향과 광주시향은 관현악단의 운영에서부터 지역과 시민들과의 문화향유과 욕구충족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흥미 위주의 일반적인 음악회 프로그램 구성이 아닌 학구적이고 클래식의 전통에 기반한 레퍼토리의 꾸준한 확장과 창출, 그리고 그것에 부응하는 수준 높은 연주력의 유지 등 지방 오케스트라의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여겨 어제도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찾아갔습니다.

무엇보다도 크게 칭찬하고 고무적인 일은 이번 교향악축제에 참가한 단체 중 엄밀한 의미에서 유일하게 국내 작곡가의 창작곡을 연주하였다는 겁니다. 물론 춘천시향과 다른 악단도 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작품에 대한 보급과 철학이 아닌 지휘자와 작곡가의 관계, 의무적인 차원의 끼워넣기 같은 인상인 반면 어제 대전시향이 연주한 안성혁의 <태초의 빛>은 대전에 연고가 있는 작곡가의 작품을 여러 다른 사정들을 감안하지 않고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하게 재연하려는 노력이 빛났고 그런 행정적, 물질적 지원이 감사하고 놀라울 정도 였습니다. 우리나라 음악계 풍토에서 어제 같이 대편성의 창작곡이 혼연일체가 되어 연주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인데 대전시향의 추진력과 지휘자 (역시 외국인이라서 가능???ㅠㅠ)의 의지에 박수와 경의를 보내며 한국음악사에 길이 남을 쾌거라고 봅니다.

콘트라베이스를 무대 뒤에 배치하고 첼로를 제1바이올린과 비올라 사이에 삽입하는 것은 전형적인 빈 필아모닉의 오케스트라 구도인데 그럼으로 베이스가 강조되고 현의 유려함이 용해되는 그래서 베토벤이나 브람스 등 정통 독일음악에 최적화된 구조입니다. 그런 구조를 통해 의도치 않게 안성혁의 창작곡이 베이스가 보강되어 톤클러스터의 밀질도가 심화되어 수혜를 입게 되었고 베토벤에서도 매우 안정적인 호른의 음색이 현 파트에 잘 스며들어 부드럽고 고전음악에 충실한 사운드가 연출되었습니다.

브람스는 아쉬웠습니다. 특히 한국관현악단의 고질적인 문제인 금관은 곡 초부터의 미스를 시작으로 금관 전 파트에 전염되듯이 불협화가 너무 심해져 특히 호른은 베토벤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같은 주자였나 싶얼 정도로 귀를 의심하였습니다. 2악장에서는 호른과 현이 완전히 따로 분리되어 음층들이 합해지지 않고 들려져 버릴 정도여서 어찌보면 가장 독일적이고 브람스다운 2악장이 그래서 가장 대전시향이 공을 많이 들였어야 할 악장이 밸런스가 무너져 버렸더군요.

옥에 티는 카운터에 앉아 있던 대전시향 관계자로 보이는 2명의 여자 분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자기들끼리 잡담하고 쌀쌀하고 무성의하게 손님 맞으려면 서울까지 오셔서 일하지 않으시는 게 대전시향에 더 이득이 될 거 같습니다. 동사무소 직원 같은 전형적인 행정직 공무원의 태도였고 대전시향이라는 악단의 서울나들이에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는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웃으면서 손님을 맞이하고 반기는 태도와 직원으로서의 자세 역시 대전시향 연주회의 일환이요 음악회라는 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그런 모든 것들이 21세기 대한민국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전시향의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