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향의 정기 공연인 마스터즈 시리즈와 더불어 인기 있는 공연 시리즈는 '챔버 시리즈'입니다.

매회 마다 유명 연주자들을 초빙해서 객원 연주 및 지휘를 맡기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금관악기들의 연주로 프로그램을 꾸몄습니다.

평소에 금관악기만의 연주는 잘 듣지 않아 이번 연주는 패스하려 했지만 지인들이 본다고 해서 저도 얼떨결에 따라 보게 되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특별하게 이번 공연은 대전예술의전당이 아닌 바로 이웃한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펼쳐졌습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중부권 최고의 국악 전문 연주 공간입니다.

가까운 곳에 있지만 저는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는데요.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아주 좋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저도 처음 경험하게 되네요.

연정국악원에는 공연장이 두 곳이 있는데, 대전예당과 마찬가지로 대공연장과 소공연장이 있습니다.

각각의 이름이 '큰 마당', '작은 마당'이네요.

역시 국악원 답습니다.

이번 공연이 펼쳐진 곳은 대전예당의 앙상블홀과 같은 '작은 마당'이었는데요.

앙상블홀의 부채꼴 형태가 아닌 직사각형의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채꼴 형태 보다는 직사각형 모양의 공연장이 음향이 더 좋은데요.

그걸 알면서도 부채꼴 형태로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관객 수용 능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서양 악기에 비해 볼륨이 작은 국악기를 고려하면 마이크를 쓰지 않고 공연하기에 좋은 형태는 바로 이런 직사각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는 맨 앞에서 두 번째 줄이었는데요.

너무 앞이 아닌가 싶었는데, 소리가 생각보다 좋고 또 연주자들은 정말로 코 앞에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답니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차르트 _ 호른 5중주 내림 마장조, 작품 407

W. A. Mozart(1756~1791) _ Horn Quintet in E-flat Major, K. 407

알비노니 _ 바이올린과 금관을 위한 아다지오 사단조

T. Albinoni(1671~1751) _ Adagio for Violin and Brass in g minor

F. 슈트라우스 _ 호른 4중주

F. Strauss(1822~1905) _ Horn Quartet

- Intermission -

베토벤 _ 피아노 소나타 제8번, 작품 13 「비창」 중 제2악장 "아다지오 칸다빌레"

L. Van Beethoven(1770~1827) _ Piano Sonata No. 8 , Op. 13 「Pathetique」, 2nd mov. "Adagio cantabile"

그리그 _ 페르귄트 모음곡, 작품 1&2(발췌)

E. Grieg(1843~1907) _ Peer Gynt Suite, No. 1&2

드보르작 _ 교향곡 제9번, 작품 95 「신세계로부터」, 2악장 "라르고"

A. Dvořák(1841~1904) _ Symphony No. 9, Op. 95 「From New World」, 2nd mov. "Largo"

모차르트 _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작품 492W. 

A. Mozart(1756~1791) _ The opera 「The Marriage of Figaro」 Overture, K. 492

이번 공연의 객원 리더 및 지휘는 네덜란드 출신의 호른 연주자 야스퍼 드 발이 맡았습니다.

명문 로열 콘체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호른 수석을 역임한 명 연주자입니다.

프로필 사진 보다 실제로 본 모습이 훨씬 더 키 크고 잘 생겼습니다.

인성 또한 좋아서 단원들도 아주 좋아했다네요.

1부에서는 대전시향의 현악 주자들과 함께 했는데요.

첫 번째 곡인 모차르트의 호른 5중주는 호른과 바이올린, 비올라 2대, 그리고 첼로로 구성이 됩니다.

구성도 특이하지만 곡도 모차르트 다운 재미있는 곡이네요.

정말로 코 앞에서 연주하고 있어서 바이올린 연주자가 지판에 손가락을 치는 소리까지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였습니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여러 버전으로 연주가 되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을 처음 봤을 때는 제가 아는 그 '아다지오'가 아닌 다른 곡인 줄만 알았지요.

하지만 연주가 시작되자 마자 바로 '그' 곡이란 걸 바로 알아차렸습니다.

금관이 장엄하고 중후한 연주를 하는 중에 바이올린의 가녀리고 쓸쓸한 선율이 연주가 됩니다.

관현악이나 오르간이 포함된 연주만 듣다가 이런 편곡으로도 들으니 색다른 맛이 느껴집니다.

F. 슈트라우스의 호른 4중주는 호른만으로 이루어진 곡인데요.

가볍고 흥겨운 곡이네요.

그런데 보통은 왼쪽이 퍼스트인데, 어느 쪽 호른이 어떤 파트를 담당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더군요.

2부에서는 금관 만의 연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습니다.

첫 번째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중 2악장인데요.

얼마 전 조성진의 리사이틀에서도 연주되었던 곡이라 감회가 새롭네요.

금관이 연주하는 <비창>은 어떤 느낌일까요?

일단 소리가 매우 풍부하고 부드럽습니다.

피아노와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피아노가 조용히 혼자서 노래하는 느낌이라면 금관 합주는 남성 합창단의 합창 같은 느낌이네요.

아무튼 아주 멋졌습니다.

다음은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중 몇 곡을 연주했습니다.

'솔베이지의 노래', '아니트라의 춤', '오제의 죽음', '산의 마왕의 궁전에서' 등 우리에게 친숙한 곡들인데요.

금관 합주는 역시 관현악과는 다른 매력이 있네요.

현악과 마찬가지로 금관도 네 개의 파트가 있다고 볼 수 있지요.

트럼펫, 호른, 트럼본, 튜바 이렇게요.

각각의 파트가 서로 다른 음역과 음색으로 절묘하게 잘 어우러져, 굳이 현악이 없더라도 재미있는 음악을 만들어 들려줍니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중 2악장 라르고에서는 유포늄이 등장합니다.

생긴것은 뚱뚱한 트럼펫처럼 생겼는데, 트럼펫 보다는 조금 더 밝고 부드러운 음색을 들려줍니다.

2악장에서 메인 테마를 바로 이 유포늄으로 연주합니다.

원래는 잉글리쉬 호른으로 연주합니다.

그런데 처음 등장 첫 음에서 연주자가 실수한 것 같더군요.

레가토로 연주해야 할 부분을 스타카토로 연주한 것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또 실수하지 않을까 제가 다 긴장을 하게 되네요.

하지만 전체적인 연주는 아주 좋았습니다.

공연 내내 색다른 연주에 기분이 좋았답니다.

마지막 곡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인데요.

교향악단의 공연 시 첫 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곡이지요.

매우 빠르고 경쾌한 곡입니다.

과연 부는 악기로 이 곡을 어떻게 소화시킬 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요.

연주자들은 보기엔 힘이 들어 보이지만 최선을 다해 연주해 주었습니다.

공연 중간에 재미 있는 광경도 보았는데요.

연주 중간에 악기 앞 쪽에 있는 밸브 같은 것을 돌리니 뭔가 떨어지는게 보이더군요.

처음엔 저게 뭔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악기 내부에 고인 침을 빼는 것이더군요.

가까이서 보니 이렇게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됩니다.

부는 악기라 힘이 들어 앙코르 연주는 안 하더군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보는 금관 앙상블의 연주.

재미있었습니다.

평소 관악 연주는 좀 멀리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