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에 살면서 오늘처럼 동구 구민이란 이 사실이 나를 흐뭇하게 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음악회에 대해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은 이전에 봐왔던 공연들과 다름없이 그다지 관심이 있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공연 시작 1분 전까지 옷에 달린 후드를 코까지 덮어 쓰고 의무적으로 잠을 청했거든요. 

그런데 지휘자님의 설명이 시작 되었어요. 

그리고 무대로부터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관객들의 뛰는 열망에 아들의 눈도 깨어 났습니다. 

오페라에 낄낄대며 어른스럽게 즐기고 있는 아들이 저를 더욱 행복하게 했습니다. 

퇴근이 늦은 착한 남편을 집 앞 주차장에서 만나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장기가 진작 몰려 왔을 남편에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재잘재잘 오늘 공연에 대해 늘어 놓았습니다.

그 중에는 변신하시는 지휘자님에 대한 수다도  상당했습니다. 오늘 수다쟁이 작품 속 주인공들을 다 합쳐 놓은 듯...

작품들을 어린 자녀들도 이해하기 아주 쉽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렇다고 어른들이라고 해서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기에 관객 모두를 만족 시키는 설명이었다고 확신합니다. 

그저 귀 기울여 들었을 뿐인데 지휘자님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몰입하는 것이 더 즐겁게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관객으로서 교육적이었던 점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아마 내일이면 우리 가족은 악기상에 가 있을 것 같거든요. 

대장간 작품을 마치자 마자 거의 대부분의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연주자들의 소리 없는 웃음을 보았습니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맥박들이 희미해지겠지만 오늘 맡은 향기들은 선명하게 파고들 것 같습니다. 

멋진 하루를 선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