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함이 죄는 아니지만... 그래서 크게 부끄러울 것도 없지만.. 가끔은 그 무식함으로 인해

짙은 아쉬움에 갇혀버린다. 그리고 그러한 아쉬움에 대한 알아챔은 이미 시간이 한 참이나 흐른 뒤여서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미련만 더 해질뿐이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공연들을 관람하게 되면서 나와 아내는 일상의 커다란 변화에

놀라워하고 있다. 베토벤.. 바흐.. 브람스.. 쇼팽.. 저명한 이름뿐이었던 그들이 어느 날부터 우리 가정의

주요한 모든 시간들..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 심지어 서점에 놀러갈 때에도 많은 대화를 차지해버린다.

 

영상과 활자를 통해 감정이입에 몰입했던 내게.. 선율을 통해 전해지는 감성의 전이방식은

놀라울만큼 신비롭고 또 아름답다. 시체처럼 누워있던 음계 하나 하나에 바이올린과 첼로.. 오보에..

비올라.. 각각의 악기들은 불멸의 생명이라도 불어넣고 있는 것일까.

 

때로는 키고.. 때로는 튕기고.. 때로는 침묵하고.. 어느 때에는 한없이 몸서리를 치고..

그 모든 몸짓에 나는 눈을 뗄 수가없다. 실이 끊어질 것만 같을 정도의 미세한 소리도 내 귀에는

한 음 한 음 또렷이 전해지고 귀는 당나귀 귀만큼이나  쫑긋하게 서있다.

 

[웅장함], [장엄함], [섬세함], [처연함].. 이런 것들을 오로지 소리만으로 느껴야 한다면

오케스트라만큼이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또 있을까..

 

생각하면.. 나의 무식함이 이제 아쉬움을 넘어 눈물이 나려한다.

나는 빈과 잘츠부르크에서 죽은 예술가들과 만나는 것에 충분히 감동했다.

빈필하모닉과  8월 잘츠부르크에서의 극장관람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연주회가 포함된 디너까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 때는 몰랐으니..

 

그럼에도 나는 오늘 즐겁다.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 어느때에는 신비롭고 또 한없이 놀라우며 특별하다.

 

한 달 전 [회화적 이미지의 라인강을 만나다] 음악회때였다.

연주자들의 표정과 그 손짓 하나 놓치기 싫었지만 음악에 조금 더 빠져들고 싶었던 것일까..

천천히 눈을 감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떴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바로 내 눈 앞에서 오케스트라가 모든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 당연함을... 마치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설명하기 어렵다. 이 당연함이 주는 바보같은 놀라움과 기쁨에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 떴다 했는지.. 

나는 아마도 이 기억을 수만번 이야기 할것이 뻔하다.

 

우송대 [천원의 행복콘서트]에서의 경험도 특별하다.

클래식을 접하게 되면서 저명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많이 들어보려 하지만 언제나 감동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해 지루할 때도 있고.. 어느 때에는 그 어떤 감정의 변화에도

공감못할 때가 있다.

 

베토벤 [에그먼트서곡]이 연주되고 그 동안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마치 음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꼭두각시가 되어 허공에

매달려진 채 연주자들의 손짓에 따라 손과 발이 들려지고 춤을 추듯 상상속으로 밀려들어갔다.

약에 취한 듯 몽롱하다가도.. 거대한 힘 앞에 움추림없는 당당함처럼 온 몸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이 변화무쌍함은 도대체 무얼까

 

울고 싶어서.. 감동을 느끼고 싶어서.. 영화를 찾을 때가 있다.

음악과 비교하면 어떨까.. 음악도 그렇게 취향에 맞는 것을 찾아가는 것일까.

우송대에서의 클래식공연은 평생을 간직해야할 보물을 찾아낸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원래부터가 귀족들에 의한 귀족들을 위한 유흥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편견때문일까

아니면 한 번의 감상에 소요되는 비용의 부담때문일까. 생각해보면 한국에서의 클래식공연은

저렴하기 짝이없다. 무료공연.. 무료공연에 준하는 공연도 수없이 많다. 정식공연이라고 해도 가장

좋은 좌석 아니라면 비싸다고 할 수 없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서울에서는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도의 비용이다.

그런데 왜 나는 클래식은 무작정 사치라고 생각했을까

 

익숙하지 않은 매너와 격식에 대한 부담감은 사실 별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은 클래식의 세계를 더욱 멋스럽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장치에 불과한듯 하다.

클래식은 내게 더 이상 사치스럽지는 않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무언가를 기억해야 하고 외워야 한다는 부담때문일까..

 

그런데... 왜 기억해야 하고 왜 외워야하지 ?..

 

 

항상 좋은 공연을 기획하고 연주해주시는 대전시립교향악단 모든 분께 감사함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