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고백하건대 나는 음악에 문외한이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학문적으로 이해한다거나 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분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어떠한 지식도 지혜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틈틈이 시간을 내어 음악회를 찾는 이유는 순전히 음악이 좋아서, 악기가 만들어주는 소리들이 아름다워서이다. 비록 음악을 감상함에 있어 학문적 지식이나 깊은 이해는 없지만 음악이 주는 서정성, 여러 음들이 함께 빚어내는 조화로운 화음, 그리고
절정에 연주자가 뿜어내는 열정들이 음악에 문외한이 내가 마음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인도하기에 이번 공연도 시간을 내어 참석해 보았다. 

 이번에 참석했던 공연 ‘송어’는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잘 알려진 슈베르트의 ‘송어’를
비롯하여 드보르자크의 ‘둠카’,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총3곡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3곡의 교향곡들은 공통적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아름다운 음악의 서정성과 악기들이
빚어내는 조화로운 선율들이 살며시 마음 속으로 스며들어와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음 속에 고스란히 그려주었다. 특히, ‘송어’를 듣고 있는 내내 맑은 물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한 마리 아름다운 송어가 마음속에 저절로
그려지게 되었고, 송어가 헤엄치는 방향을 따라 나도 모르게 음악의 선율에 몸을 맡기게 되어
잠시나마 음악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또한, ‘둠카’는
악장마다 약-강-약-강이
반복적으로 연주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는데 이러한 독특한 구조 덕분에 악기들의 특색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우선 은은하고 묵직한 첼로의 선율이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흡사 고즈넉한 들판 위를 천천히 걸어가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었고, 이어지는 경쾌하고, 맑은
소리의 바이올린은 강하고 역동적으로 퍼져나가며 넓은 들판 위를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첼로와 바이올린과 함께 잔잔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연주되는 피아노의 건반 소리는 현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선율들과 기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음악을 더욱 풍부하고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이토록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눈이 감기며 음악에 심취하게 되는데, 이때 살며시 눈을 떠 공연장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주가의 열정, 격정과 조우하게 된다. 이는 공연장 안에서 특히
더 실감할 수 있는데 고도의 집중 상태에서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연주가의 퍼포먼스를 직접 목격하고 있노라면 낭만적인 음악의 선율과 극명히 대비되는
연주가의 열정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선명한 대비가 빚어내는 이러한 카타르시스는
음악을 듣는 동안 우리의 청각뿐만이 아니라 시각 역시 강하게 사로잡으며, 음의 파장을 통해
전해지는 촉각과 더불어 우리의 잠자는 오감을 깨워 음악을 한층 더 깊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인도해준다. 뿐만 아니라 연주가 끝난 후 가쁜 숨과 함께 빼곡하게 솟아난 땀을 훔치는
연주가를 보고 있노라면 무한한 존경심마저 느끼게 해주어 음악의 감동과 여운을 더욱더 오랫동안 지속시켜주곤 한다. 이번 ‘송어’ 공연은 음악 자체가 가진 낭만적인 서정성과
구성된 악기들의 조화로운 선율, 그리고 훌륭한 연주가의 열정과 격정이 한데 잘 어우러진 고품격
음악회였기에 음악에 문외한이자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인 내가 듣기에도 몹시 아름답고 훌륭한
공연이었다. 

 대전시립교향단이 피아니스트 칭윤 후와의 협연을 통해 보여준 공연 ‘송어’는 나로 하여금 오랜만에 아름다운 음악의 서정성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고, 연주가들의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연주들이 빚어내는 조화로운 화음 덕에 듣는 내내 마음으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충만히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음악회였다. 부디 ‘송어’와
같은 고품격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도 자주 있길 바라며, 고된 일상의 한 자락에
아름답고, 낭만적인 음악이 오래오래 함께 하길 조심스레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