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목) 교실 밖 인문학 수업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1,3번 관람 후 공연 후기

공연의 감동은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그것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무리 그 맛을 설명해도 직접 맛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처럼 공연도 현장에서 직접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감동의 경험을 느낀 사람만이 느끼는 아름다운 경험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공연의 참맛을 느껴보고 싶어 공연에 대한 사전 정보와 연관된 영화와 음악들을 제시하여 미리 들어보도록 권고했습니다. 마침 학교의 현악 앙상블팀이 있어서 소속된 학생들은 그래도 악기를 다루고 음악을 연주하니까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서 함께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를 오케스트라에서 찾아보고 대편성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래 글들은 참여한 학생들의 짤막한 공연감상 후기입니다.

●1학년 1반 문준기

우선 잘 몰랐던 라흐마니노프라는 사람이 클래식에 큰 획을 그었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을 만들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클래식 음악가라고 나오면 일단 쇼팽, 비발디, 파가니니 등 보편적인 사람들만 알고 있었는데 나의 음악가 인명사전에 한 명이 더 추가되어서 뿌듯하다. 음악을 들으면서는 곡의 난이도와 아름다움에 굉장히 놀랐다. 내가 알고 있었던 최상의 난곡은 쇼팽의 겨울바람이었다. 물론 대곡이긴 하지만 이 곡에 견주니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내 음악적인 지평을 한 층 넓혀준 좋은 경험이었다.

●1학년 1반 박기량

11월 24일 목요일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올 댓 라흐마니노프’라는 이름의 공연을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음악적인 지식이 많지 않은 ‘음알못’이다. 일행에 낀 이유도 어디 간다기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간 것이었다. 대전예술의 전당에 도착해서 받은 티켓, D048, 무대가 꽤 잘 보이는 자리였다. 곡을 듣게 될 것에 대해서는 시작 전까지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곡이 진행되자 나는 그 선율을 듣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협주곡 1번은 피아니스트 문지영, 3번은 박종화. 공연이 끝나고, 나는 ‘아, 사람들이 이래서 라이브 공연을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의 흐름과 함께 절정에 치닫는 피아니스트들을 눈앞에서 보면서 음악을 들으니 전선을 통해 이어폰으로 나오는 소리였다면 없었을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다음날에는 2번, 4번을 연주한다고 했는데, 그 현장에 갈 수 없어 아쉬웠다. 앞으로 시간이 생길 때는 이런 공연에도 가고 해야겠다.

●1학년 2반 이상수

이번에 관람하게 된 공연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1번, 3번이었습니다. 목요일 저녁에 관람을 하러 가면서는 자습시간을 빼고 공연을 보러가는 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관람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우고 감동을 얻어 돌아오는 길에는 가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새로 배우게 된 것 중 하나는 음악회를 관람할 때의 관람 매너였습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서는 박수를 치지 않았고, 한 곡이 끝날 때는 청중들이 크고 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받은 감동의 크기에 따라서는 일어서 기립박수를 치는 청중들도 있었습니다. 감동을 받은 것으로는 악기 하나하나의 매력이었습니다. 제가 음악, 주로 가요를 들을 때 가수의 목소리도 듣지만 그걸 뒤에서 꾸며주고 있는 반주, 배경음악에 더 집중해 듣습니다. 이번 연주에서도 메인 악기는 피아노였지만, 다양한 악기가 뒤에서 자신의 멜로디를 내고 있습니다. 신기하게 제가 시선을 두는 악기대로 그 소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들리지 않는 것 같던 베이스나 관악기도 뒤에서 모두 자기의 소리를 내가며 음악을 만들어갔습니다. 이런 다양한 소리가 합쳐 만든 멜로디에 집중하면 피아노의 선율은 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아쉬운 점으로는 이번 공연 곡에 대해 곡의 구성이나 멜로디를 더 잘 알고 감상했다면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듣는 곡을 단 한번 듣게 되니 악기 하나하나의 음악도 듣고 싶었지만 하나를 들으면 다른 하나를 놓치게 되어 여유롭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관람으로 새로 얻게 된 지식과 악기의 소리를 새로 알게 되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1학년 2반 이재영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 1번, 제 3번. 처음 그의 음악을 들었을 때부터 특별했다. 가슴 밑에서부터 스물 스물 가스가 새어 나오듯 음악에 대한 감미로움이 내 마음을 채웠고 그의 음악과 피아니스트의 감성적인 연주가 만나 그 감동은 배가 되어 감미로움이 넘쳐흘렀다. 특히 마지막 제 3번-종곡에서는 피아노 건반에서 나오는 그의 음 하나하나가 화살이 되어, 동시 다발적으로 화살 수천 개가 하늘 높이 올라 커다란 태양을 휘감듯 스튜디오 전체를 압도했고, 우리들은 기립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학년 2반 안태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세 악장을 중단 없이 연주했는데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는 곡이라고 생각했고 연주자로서 최고의 기량도 마음껏 뽐냈으며 또한 기량만 뽐내는 공허한 연주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영화 '샤인'으로 유명한 4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기교 측면에서 가장 난해하기로 알려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은 현란한 기교를 보여줘 협주곡 중 가장 탁월한 곡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교향악단과의 호흡이 좋았다고 생각했고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참 좋았다.

●1학년 3반 이재환

처음에 앙상블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감상하러 갈 사람들을 모집할 때, 저는 시험기간이기 때문에 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클래식 공연을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가보고 싶어서 결국 갔습니다. 공연장에 도착했을 땐 다보고 혹시 후회하진 않을까 생각을 했었지만, 그 걱정은 정말 쓸모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긴 시간동안 연주했지만 저에겐 짧게 느껴졌습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감상하며 감탄하였습니다. 다들 호흡이 척척 맞았습니다. 바이올린 채가 한꺼번에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도 멋있었고, 심벌즈를 치는 것도 멋있었고, 심지어 다 같이 악보를 넘기는 것도 인상에 남아서 '우리 빈체로 앙상블도 악보 넘기는 것을 다같이 함께 넘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생각도 하였습니다. 피아니스트 두 분께서 너무 잘 연주하셔서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3악장 마지막에서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 분들의 연주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정말 나중이 되서라도 다시 보고 싶은 연주였습니다. 나중에 누군가가 고1때 기억에 남는 추억에는 무엇 무엇이 있느냐 라고 물으면 대답하는 추억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1학년 4반 15번 양의순

완벽 그 자체였다. 보는 동안 정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피아니스트의 연주, 뒤의 오케스트라의 연주,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은 정말이지 관중을 압도하는 아우라를 느끼게 해주면서 엄청난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었다. 연주를 듣는 동안 잔잔하면서도 관중을 압도하는 장악력, 때로는 물결처럼 잔잔하게 때로는 하나 된 군중처럼 웅장하게 들리는 선율에 의해 내가 마치 바다 속 한가운대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1부 막바지에는 트라이앵글이 인상이 깊었는데 트라이앵글이 조미료가 요리에 감칠맛을 더해주듯이 연주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2부의 간주곡(2악장)에서는 물결이 요동치고 파동이 일어나는 느낌이었고 3악장에서는 갑자기 빠르고 경쾌해지면서 숲속의 동물들이 분주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느낌과 동시에 계속 곡이 진행되면서 때론 여리게 피아노가 연주되어 잔잔한 파도가 모여 큰 파도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악기의 소리(호른 등)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새로운 경험이 되었고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연주의 적절한 조화를 느끼며 각자 자신의 맛을 뽐내면서도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비빔밥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1학년 5반 이순신

2016년 11월 24일 목요일 밤 세광고등학교 앙상블에서 대전예술의전당으로 ‘올 댓 라흐마니노프’라는 피아노 협주곡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시험이고 공부에 부담도 되었지만 흔치않은 기회이었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원래 클래식이 지루하고 졸린다는 생각으로(지금까지 제대로 집중해서 들은 적이 없음) ‘오늘도 졸겠구나’라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갔지만 한편으론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다는 소리에 기대가 됐습니다. 처음에 간 대전예술의전당은 넓고 멋진 곳이었습니다. 마치 예술의 영혼이 담긴 것처럼 ‘멋지다’라는 표현보단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더 잘 맞는 것 같았습니다. 들어가면서 안내 책자를 살펴보니 오늘은 피아노 협주곡 1,3번을 한다는 것과 연주자가 누구인지 안게 되었습니다. 소개하는 글을 보았는데 실력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셨습니다. 감탄을 뒤로하고 홀에 들어가자 저 멀리에 있는 관현악단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먼저 악장이 누군지 보았습니다. 앙상블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습니다. 잠시 후 지휘자와 여자 협연자가 들어왔고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멋진 트럼펫 소리를 시작으로 저의 감성의 문을 활짝 열렸습니다. 기존의 제가 생각하고 알던 클래식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고 오로지 피아노 연주자에게 집중했습니다. ‘와,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연주하지?’라는 생각은 1악장이 끝날 때 까지도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비록 옆에 계시는 할아버지께서 사진을 찍고 떠드셨어도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은 그것을 신경 쓰이게 하지 않았습니다. 연주자는 멜로디가 흘러가는 대로 몸을 움직였는데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15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또다시 다른 협연자가 들어왔고 어김없이 제 영혼을 흔들었습니다. 화려한 연주자 뒤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심벌즈와 트라이앵글도 또한 인상 깊게 느꼈습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로비에서 직접 눈으로 가까이에서 연주자분들을 만나 사진도 찍으며 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신기했습니다. 외계인과 조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또한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저 위치에 오르기까지 눈물나는 노력을 하셨구나.’라는 생각에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학생의 신분으로 공부에 나태해지고 태만해진 저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시험기간이라 걱정했는데 공부보다 더 귀한 걸 얻었다는 걸 느꼈고 이번의 멋진 공연을 가슴 깊이 간직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공부가 힘들어도 피아노 연주자분들의 얼굴 주름이 다시 생각날 것 같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1학년 6반 손우진

라흐마니노프가 누군지도 모른 채 단순히 피아노 협주곡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대전의 예술의 전당까지 다녀왔다. 들어가기 전 차이콥스키와 함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공연을 보러 실내로 들어갔다. 앉자마자 내 두 눈이 본능적으로 클라리넷 연주자로 향하였다. 클라리넷 연주자는 두 명으로 한 명은 베이스 클라리넷인 것 같았다. 연주가 시작되자 피아니스트가 무대로 나왔고, 나는 그 피아니스트가 보여준 열정적인 무대에 놀란채 클라리넷에 관심을 둘 수가 없었다. 하지만 15분 휴식 뒤에 두 번째 피아니스트가 나왔을 때에는 클라리넷 소리에 집중하여 들으려고 노력했다. 새삼스럽게 확실히 고급스러운 음색을 갖춘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관악기가 하나씩 같은 음을 연이어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과 같은 악기들이 참여했는데, 역시 그 중에서도 클라리넷이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피아노 연주자가 광기 어린 듯 연주하자 나는 클라리넷 연주자에게서 눈을 떼어 피아니스트로 시선을 돌렸다. 언뜻 보면 우스꽝스러울 수 있을 정도로 과장되어 보였지만 연주 전 본 책자의 내용을 떠올리며 진지하게 감상하고자 노력했다. 역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니 천재 연주자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마지막으로 열정적인 연주가 끝나고 나자 피아니스트 분들은 만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