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마감을 사흘 앞둔날 친구 둘이서 찾은 송년 음악회는 신선한 샤워처럼 개운하고 뭉클한 시간이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오랜만에 찾은 송년음악회의 시간은 평범한 일상의 지루함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  새로운 한해를 새로운 마음으로 시각하게하는 감동과 울림의 시간이었기에 설렘을 안고 돌아와 모처럼 깊은 잠을 잘수 있었다.

경제학자로 대학에서 평생을 보낸 나는 늦게시작한 서양화 그리기에만 푹 빠진채 그림 작업의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한달여를 허송하고 있던 터였다.서울에서 보낸 40년을 청산하고 고향 대전에 정착한지 35년만에 찾은 음악회는 내게는 혼 떨리는 감동으로 가득했던 순간이었다.

100분의 시간동안 연주된 베토벤의 에그몬트와 교항곡 합창은 초로의 내 영혼을 잠에서 깨운 소나기 같은 충격이기에 차고 넘쳤다.특히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한후 실의속에서 좌절감,소외감,자괴감을 어쩌지 못한채 몸부림치며 그려낸 영혼의 합창는 나를 송두리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없었다.

연주단원과 합창단원을 합쳐 200명이 넘는 멤버가 홀을 꽉채운채 품어내는 멜로디는 때론 실낫같은 흐느낌으로,때로는 호랑이의 포효처럼 박력있는 합창소리로 전체 홀을 완전히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였다.

거기에 제임스 져드의 카리스마와 열정적 손놀림이 소리를 만드는 마술사의 손처럼 보였다.

괴테의 희곡 에그몬트 를 들을때는 스페인의 지배에 항거하는 네델랜드인의 울분은 때론 잔잔하다가 갑작스런 결연함으로 클라이맥스를 이루어 인상적이었다.애처러운 선율로 들리는건 나뿐만 일까?

합창교향곡의 거대한 음악세게는 폭포처럼 웅장하다가 망망대해처럼 깊은 침잠으로 변화 무쌍한 감동으로 점철되었다.특히 합창곡중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환희의 축제" "승리를 향하여 영웅처럼 기쁨을 갖고서"등은 내 심장에 비수처럼,장맛비처럼 ,향수처럼 젖어들어 오랬동안 향기로웠다.

내가 잠시 파리에 1년간의 이방인 노릇을 할때 들었던 세게적인 교항악단의 감흥을 되살리기에 충분했고 오히려 나이탓인지 더 생생한 느낌을 받을수 있는 귀한 순간이었다.연주가 끝나고 홀을 나서면서 초겨울의 쌀쌀함도 잊은채 교향곡의 감흥으로 도로 젊어진 느낌과 대전문화시민으로서의 뿌듯한 자존심을 느끼고 왔음에 감사한다.

이젠 자주 음악회에 참여해야 하겠다는 때늦은 분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음에 모두에게 다시 감사한다. 아듀우 2016 ! 웰컴 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