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말시험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시험기간과 함께 수행평가 등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많아 지쳐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음악실 앞에 붙어있는 '라흐마니노프'공연 포스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 여러 가지 일에 치여 심신이 지쳐있을 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곤 했습니다. 듣다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지요. 제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실제로 들어본 경험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음악실 앞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본 순간 저는 이번 공연에 꼭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시험기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바로 오늘이였지요. 저는 '올 댓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 II'를 보러갔습니다.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함께 김태형 피아니스트, 선우예건 피아니스트, 아첨 야진스키 피아니스트가 협연을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김태형 피아니스트가 피아노협주곡 제 2번을 연주하였습니다. 제가 라흐마니노프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지요. 저는 피아니스트 키신과 정명훈 지휘자가 함께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영상을 즐겨보곤 했습니다. 노트북으로만 듣던 그 곡을 실제로 감상 할 수 있어서 정말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 곡의 피아노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김태형 피아니스트가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증을 안고 듣기 시작했죠. 김태형 피아니스트는 부드럽고도 따뜻하게 이 부분을 풀어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피아니스트 키신과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곡을 들을 때 피아니스트 말고도 또 한 가지 악기에 집중하여 들었습니다. 바로, '클라리넷'이었죠. 항상 2악장에 있는 클라리넷의 연주를 듣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 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2악장이 시작될 때 기대를 품은 마음으로 듣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감고 클라리넷 선율을 느끼면서 들었는데 정말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이었습니다. 그래서 또 한 번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음 곡으로 선우예건 피아니스트가 피아노협주곡 제 4번을 연주하였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 4번은 처음 접해본 곡이었습니다. 처음 접해본 곡이다 보니 이 곡에 얽혀있는 역사도 모른 채 듣게 되었습니다. 느낀 바를 그대로 서술하자면 1, 2악장은 슬픈 선율이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나 선우예건 피아니스트가 선율에 담은 그 감정은 어떻게 말로 풀어쓸지를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그 감정은 어느 나라 문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플룻의 연주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주 부드럽게 피아노의 감정선을 이어갔다고 느꼈습니다. 1, 2악장과 다르게 3악장은 폭풍이 몰아치는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첨 야진스키 피아니스트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연주하였습니다. 아첨 야진스키 피아니스트의 강인하고도 가볍고 또, 섬세한 건반 터치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 곡에서는 타악기군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가장 뒷자리에 위치해서 선율에 생동감을 넣어주는 타악기 군의 소리가 다른 악기들과 정말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연주를 듣고 나면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악단에서 콘트라베이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콘트라베이스 소리를 듣다보면 다른 악기들을 감싸 안아주는 듯 한 느낌을 받습니다. 낮은음으로 다른 악기들이 채워 둔 선율의 바탕에 웅장하게 소리를 내며 감싸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도 어떻게 말로 풀어쓸지를 모르겠네요. 그냥 한마디로 정말 좋은 소리인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은 정말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많은 일에 치여 지쳐있을 때 들으니 정말 음악으로 치유가 된 것 같았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연주도,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연주도 모두 좋았습니다. 이런 연주를 들려주신 김태형 피아니스트, 선우예건 피아니스트, 아첨 야진스키 피아니스트, 그리고 대전시립교향악단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