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만의 힐링 데이다. 일상으로 지친 나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 준비한 소중한 날, 가자! 예당으로! 고고~~ 추운 계절 탓에 일찌감치 짙게 어둠이 내려버린 도로를 질주했다. 멀리서 찬란하고 우아하게 도도한 불빛을 한껏 뿜어내는 <대전예술의전당>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보였다. “아, 얼마 만인가...” 제임스저드의 취임연주회인 ‘대곡’ 이후 2달 만에 방문하는 것이기에 참으로 반가웠다.

이른 도착으로 인해서 덤으로 <프리뷰>해설까지 학습하는 보너스까지 얻었다. 공연에 올 때마다 가능하면 공연100배 즐기기에 참여를 하고자 했으나 생각처럼 여의치가 않아서 늘 아쉬웠었다. 그러나 오늘은 성공 성공 대성공이다. 오늘은 공연예감이 좋다. 역시 공연은 사전지식이 있어야만 감동이 배가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다.

 이틀 연속되는 이번 라흐마니노프 공연은 공연예매 전 함께 할 친구와 갈등을 했었다. 결론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 2번과 작품43번에 표를 몰아서 25일 공연관람을 최종 결정지었다.

 공연에 대한 기대로 설레이는 가슴을 다독이며 숨죽이는 시간...이 지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조명의 조도가 짙어지면서 무대 위의 김필균 악장의 모습이 반갑게 다가왔다. 여전히 순수한 모습이다. 법원의 날 기념행사 이후 오늘 만나게 되는 류명우 지휘자님은 또 왜 그렇게 반가운지...자주 못 뵙는 분이라 그런지 오늘은 더더욱 멋짐이다.

 드디어 피아노협주곡 2번이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1악장에서는 다소 무게감 있는 듯하게 연주가 진행되었고, 2악장에서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부드럽게 다가왔다. 아마도 그 역할은 클라리넷이 한 몫을 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1번의 실패로 인한 좌절과 상실감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또 그 절망에서 탈피하는 과정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공연 전 <프리뷰>해설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결국 3악장은 감사하게도 승리와 환희의 감격으로 마무리되었다.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연주는 라흐마니노프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그 느낌을 듣는 이들에게 최대한 전달하는 전도사인냥 느껴졌다. 감동스러웠다. 타고난 감각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섬세한 연주를 하는 김태형의 연주는 감동 그 자체였다.

 피아노협주곡 4번은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곡이다. 게다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연주도 처음이다. 우선 그의 프로필을 본 바, ‘국내 최다 국제콩쿠르 우승자’라고 기록될 만큼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오늘 연주는 그 프로필에 대한 설명을 다 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없이 우울하게 가라앉다가 극에 달하는 치명적인 명랑한 그의 연주는 마치 바다위의 고래를 연상케 했다.

그래서인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연주는 다른 연주와는 다르게 좀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마지막 연주곡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며 오늘 날짜로 공연관람을 한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서주와 함께 24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곡으로 라흐마니노프가 악마의 바이얼리니스트 파가니니에게 헌정한 작품이라고도 한다. 전반적으로 예리하고 생동감있는 연주였으나 때로는 엄숙함도 표현되어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 아첨 야진스키는 강렬하고도 리드미컬한 연주를 했다. 어쩌면 다소 중후해 보이는 모습과는 상반된 건반터치였기에 더 섬세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깊은 전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소름끼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 속에 흠뻑 빠져버린 채 감상을 하노라니 23분이라는 연주가 어느덧 끝~~ 아쉬운 마음을 열렬한 박수로 표현했다. 치고 또 쳤다. 손바닥이 얼얼했다. 가슴도 울렁이고 뜨겁다. 벅차다. 그래, 이 기분이야...그래서 행복하다. 오늘은...

사랑합니다, 대전시향...사랑합니다, 연주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