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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Name tapdongi
Date 2019-04-05 15시44분
연주 전 프리뷰 시간에 작곡가 이성환 님은 오늘 연주될 곡을 이야기하기 위해 음악사를 이야기해 줍니다. 중세와 고전주의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음악의 역사는 그 시대마다 중시했던 것들이 있음을 알게 해줍니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하게 됩니다. 정성껏 준비한 맛있는 요리를 아무렇게나 먹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쉐프의 마음처럼, 여행지에서 꼭 봐야할 것을 못 보게 되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하는 마음에 말이 빨라지는 여행 가이드처럼, 영화감독이 숨겨놓은 영화 속 장치들을 꼭 봤으면 하는 마음에 소개하는 영화 평론가처럼 이성환 님은 음악사를 자세하게 그러면서도 축약해서 짧은 시간에 전해주었습니다.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과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얼른 듣고 싶은 기대감에 마음은 흐뭇합니다.
언제나 느끼는 연주전의 적막감. 그 속에 담긴 긴장과 기대감이 설레고 좋습니다. 기준이 되는 하나의 음이 모든 악기로 퍼지며 조율되고 정돈된 시작 전의 깔끔함. 저드 님이 오늘 연주에 참석한 특별한 손님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협연자 피아니스트 원재연 님이 박수를 받으며 등장합니다. 씩씩하고 건강한 젊음! 젊음이 탐이 납니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 사장조, 작품 58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연결. 피아노 음 하나하나에 정성스런 터치. 오케스트라도 깔끔한 선율로 아름답게 주선율을 들려줍니다.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오보에 소리. 현악기의 유려한 선율. 그리고 피아노가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주목 받는 피아노 소리. 영롱한 물방울 같고 맑은 구슬 같은 소리들이 아름답게 섞이며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원재연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취해 감상합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 소리는 F열 44번 정 가운데로 활짝 열린 그랜드 피아노를 통해 그대로 꽂힙니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소리는 적절한 소리의 어울림으로 감동을 줍니다. 아름다운 트레몰로. 천천히 연주될 때의 분명한 건반 소리. 수없이 듣던 음반 속 피아노 소리가 지금 내 눈앞에서 내 귀로 들리는 황홀함에 꼼짝 못하고 어쩔 줄 모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오직 현재에만 있는 순간의 반짝임이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현재의 구체적이고 분명한 소리는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하기가 참 힘듭니다. 규정지을 수 없는 한정된 언어의 한계를 이런 좋은 연주에서는 더 절감하게 됩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자의 조화가 이렇게 멋지게 연주되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저드 님의 음악적 완성도에 늘 감사합니다. 연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베토벤께서 들으셨다면 흐뭇해하실 연주입니다. 카덴자. 화려하면서도 반짝거리는 빛깔. 피아노는 원재연 님과 하나 되어 물 흐르듯 그대로 드러납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오직 피아노만 있는 최상의 공간입니다. 우리는 있지만 없는 것 같은 카덴자를 느낍니다. 와우! 딱 맞는 느낌, 음악으로 들려주는 완벽함이 이런 느낌이겠지요. 2악장의 장중함. 베토벤만, 오직 베토벤만의 음악입니다. 장중함 속에 빛나는 아름다움은 피아노 소리로 드러나고 느림은 가슴을 꽉 쥐고 숨죽이게 합니다. 현장에서 듣는 현악기의 장엄한 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어울리는 황홀함. 점점 작아지는 저 현악기 소리에 기절할 듯 아득한 기분을 느낍니다. 음악은, 피아노는 아름다운 손이 되어 조르고 흔들며 찌르고 마구 돌리며 어지럽게 만듭니다. 어떤 감정이든 최저, 최상으로 가면 눈을 감게 되고 눈물 나게 만드는데 피아노 음의 최 정점에서 느끼는 희열을 속으로만 느끼는 순간 3악장 론도로 넘어갑니다. 느림은 빠르기와 대조되며 정신을 차리게 합니다. 서로 다른 악기들은 빠르기에 따라 얼굴빛을 달리하며 껍질을 벗겨낸 깨끗한 과일 속처럼 신선하고 달콤합니다. 비에 씻긴 새순처럼 뽀얗습니다. 빠름은 빠름과 어울리며 주고받고 아! 또 끝을 향해 달리는군요. 끝을 예감하는 아쉬움이 피아노 소리에 더 몰입하게 만듭니다. 아쉬워서, 아까워서 어쩌지 못하는 몸 달음. 자유자제로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달리는 매끄러운 자동차처럼 원재연 님은 피아노를 몰고 달립니다. 오케스트라는 휙휙 스쳐지나가는 가로수처럼 싱싱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더 높고 더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로 달리는 피아노. 배기음처럼 쏟아내는 피아노 음들. 마구마구 연주하는 것은 피아노와 하나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군요. 마구마구? 최상의 연주에 대한 느낌으로 적당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피아노를 마구마구 치는데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시원시원합니다. 젊음의 당당함이란 참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앙코르도 시원시원하네요. 연주에 감탄해서 치는 박수소리와 연주 후의 시원함이 자유롭고 발랄한 쇼팽의 화려한 대 왈츠로 한 번 더 감동을 줍니다. 한참의 박수로 받아낸 게 아니라 서로 주고 싶어서 참지 못하고 주는 예쁜 선물 같은 기분.

브루크너 교향곡 제5번 내림 나장조, 작품 105

인터미션 때 컴컴한 무대에서 김필균 악장이 먼저 혼자 나와 연습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뭐랄까. 어두운 무대 위에 희미한 빛을 받으며 곡의 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모습이 진지한 구도자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첼로와 비올라 소리에 바이올린 소리가 같이 어울리는 첫 부분 첼로는 퉁기기만 할 뿐이지만 배음으로 낮게 깔리고 위로 흐르는 바이올린 소리. 갑자기 커지는 총주. 트럼펫의 강렬한 외침. 관악기의 분명하고 시원한 소리가 1악장의 특징을 잘 드러내며 웅장함과 거대함이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다시 첼로와 비올라가 낮은 음의 주선율을 연주합니다. 현장에서 듣는 소리는 연주자들의 몸짓과 함께 감동적으로 전달됩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피치카토도 웅장하네요. 브루크너만의 빛깔. 묵직하고 둔중한 울림이 가슴을 울립니다. 클라리넷 소리와 호른이 무거움을 뚫고 나옵니다. 플루트 소리는 구름 같은 소리를 들려주고 다시 낮게 깔리는 선율. 김민정 수석이 까만 비올라에 몸을 실어 연주하니 소리가 그대로 전달됩니다. 이렇게 보이는 소리는 현장에서만 가능합니다. 가장 크고 넓고 웅장한 소리는 지휘자 저드님의 손길에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넘쳐흐르기도 하고 뿜어져 나오기도 합니다. 맑은 공기 같은 목관악기소리, 깊은 산울림 같은 호른 소리. 1악장의 특징인 매우 느리게-빠르게가 이상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극과 극이 어울려 내는 신비로움. 불고 켜고 터치고 두드리는 소리들이 큰 덩어리가 되어 객석을 흔듭니다. 브루크너 곡이 연주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갑자기 고음을 뿜어내는 금관악기 소리와 거대하게 커졌다가 작아지고 강약 조절과 매끄러운 선율까지 함께 표현해야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옵니다. 다시 뿜어대는 금관악기 소리. 음반으로 듣던 하나의 소리들의 실체를 쉴 새 없이 오가는 각 파트별 연주를 직접 느끼며 듣습니다. 길다고 생각했던 1악장이 이렇게 벌써 끝나버립니다. 항상 좋은 것은, 좋은 시간은 금방입니다.
2악장 아다지오. 현악기의 피치카토에 오보에 소리가 홀로 고요하게 흘러나옵니다. 언제 들어도 홍수은 수석의 오보에 소리는 참 아름답습니다. 정말 참 연주를 잘합니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함께 연주하는 다채로운 소리. 오보에 소리와 클라리넷 소리의 다름이 주는 독특함. 갑자기 현악기는 큰 선율이 되어 부풀어 오릅니다. 아름다운 날카로움과 굵고 깊은 아름다움이 한데 어울려 내는 화려함에 도취됩니다. 브루크너만의 음색, 금관악기와 현악기가 어우러진 특유의 음색이 들립니다.
백건우 선생님과 박종호 씨의 대담을 읽은 적이 있는데 박종호 씨의 말에 공감합니다.

“제가 음악을 좀 오랫동안 듣고 여행을 하면서 갈수록 느끼는 것은 그 중의 제일 위에 있는 것이 음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저는 굉장히 많이 느껴요. 언어로도 할 수 없는 어쩌면 제일 높은 경지! 정말 준비되거나 노력하지 않는 자는 결코 즐길 수 없는! 책이야 펼치면 볼 수도 있잖아요. 미술은 가서 보면 되는데, 음악은 쉽게 안 되는 경우는 본인이 피아니스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음악은 듣는 사람도 약간의 훈련을 해야 하는 그런 장르는 많지 않거든요.”

그만큼의 준비와 노력만큼 들리는 것이 음악일 테니까요. 첼로와 비올라의 피치카토 위로 들리는 바이올린 선율 그리고 다시 그 위로 목관악기의 소리들이 얹히고 보이지 않게 묵묵히 깔리는 호른의 일정한 소리도 참 좋네요. 모두들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소리를 내지만 때로는 큰 덩어리가 되어 굴러오고 맑은 소리로 흐르고 분명히 찌르고 낮게 깔리면서 스며들고 울립니다. 2악장은 여기저기 볼 것 많은 수목원을 이리저리 오가며 보는 느낌입니다. 관객은 참았던 기침을 하며 잠깐 숨을 몰아쉽니다.
3악장 스케르초. 음반으로 들으면서 브루크너의 음악이 이렇게 우아하고 재밌었나 하며 느낀 악장이 3악장입니다. 재밌네요. “매우 빠르고 생기있게”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스케르초 풍의 특징을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그러면서도 금관악기의 시원시원함은 살짝살짝 드러나고. 바람이 살살 불다가 갑자기 태풍처럼 뒤집을 듯 크게 불다가 금방 잔잔해졌다가 다시 휘몰아치는 것 같이 정신을 쏙 빼놓습니다. 가벼움과 경쾌함이, 묵직함과 깊음이 함께 어울리는 느낌. 대전시향의 연주에는 관객도 한 몫 합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진지한 태도로 음악에 집중하고 감상하는 관객이 있어 연주는 더 완성됩니다. 저드 님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진지한 시도에 관객은 늘 행복합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듣는 기쁨을 주시다니요. 단순히 연주하는 의미 이상으로 완성도 높고 수준 높은 연주에 감탄합니다. 3악장 끝에 딱 버틴 저드 님의 뒷모습이 멋있습니다.
4악장 피날레. 말러 풍의(엄밀하게 말하면 말러는 브루크너보다 한참 늦게 활동했으니까 말러가 브루크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 하겠지만) 느린 현악기 소리가 스산한 느낌을 줍니다. 클라리넷의 뻐꾹 소리와 현악기는 1악장을 다시 불러들입니다. 오보에가 우뚝 섭니다. 클라리넷이 다시 뻐꾹. 첼로와 비올라는 진군하는 군인처럼 뚜벅뚜벅 소리를 내고 금관악기는 개선장군의 말발굽 소리처럼 힘찹니다. 꽃잎을 날리는 바람처럼 향기로운 바이올린 선율이 묵직함을 달래주고 현악기 소리를 뒤섞는 저드 님의 두 팔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고쳐 앉아 듣게 만드는 거대한 소리들. 금관악기가 내는 장엄한 소리와 현악기의 맑은 소리가 대조를 이룹니다. 크고 매끈한 금빛 덩어리들과 얇고 깨끗한 꽃잎 같은 선율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음악은 잠깐 잠깐 정적을 주어 그 소리를 끝까지 듣게 합니다. 이제 정말 끝을 향해 똑바로 돌진합니다. 모든 악기는 최고조를 향하여 꼿꼿하게 섰습니다. 일체의 거스름이나 틈도 없이 정확하게 맞는 소리들의 정연함과 세기에 음색의 분명함이 더해지면서 자꾸자꾸 높게 높게 쌓아 올립니다. 아쉬워 뒤돌아보며 손짓하듯 2악장의 부드러운 선율을 다시 한 번 불러보고 피치카토로 쉴 새 없이 종종걸음으로 뛰면서 끝을 향해 달립니다. 1악장의 그 장엄한 소리를 트럼펫과 트럼본이 뿜어댑니다. 처음 들을 때는 언제 끝나나 궁금해 하던 곳이 이제는 하나하나 아쉬운 소리가 되어 아껴 듣습니다.
대전시향은 이제 브루크너를 연주했군요. 그것도 대단히 멋지게, 튼튼하고 단단하게 기념비적 브루크너 곡을 세웠네요. 감탄과 존경의 눈빛으로 거대한 음악에 고개 숙입니다. 듣는 사람도 이런데 연주한 단원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쉬움과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연주였습니다. 모든 관객의 마음은 기립박수를 보내는 마음으로 브라보!

“우리가 지금 좋아서 읽는 이 책들은 현재의 책들이 아니라 미래의 책이다. 우리가 읽은 문장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지금 읽는 이 문장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우리가 보낸 순간. 시], 김연수

‘책’을 ‘음악’으로 읽어보면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답변]
Name 교향악단 Date 2019-04-09 9시09분

tapdongi님의 공연후기에 감사드립니다.

 

항상 정성스레 써주시는 공연후기에 감동받지만, 이번에는 만들어 주신 제목이 더 인상깊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김연수 작가님의 문구를 인용하여 이렇게 만들어 주시니 저희도 행복합니다.

 

피아니스트 원재연의 젊음, 패기 가득한 연주에 인상깊으셨군요.

 

그 젊음과 제임스 저드가 이끄는 대전시립교향악단의 깊이가 어우러져 더욱 좋은 연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브루크너.... 정말 대곡 입니다.

 

길지만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작품 평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관객분들께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tapdongi님도 지나가는 멜로디들을 아쉬워 해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도 사실 주말 내내 1,4악장의 주 선율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답니다.

 

항상 상세하고 멋진 공연후기에 감사드리며,

 

이번 한 주도 힘찬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대전시립교향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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