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 바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3개의 교향적 스케치

드뷔시의 [바다]에 영감을 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판화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가 무대 좌우측에 소개됩니다. 1800년대 유럽에 흘러들어간 일본의 우키요에는 많은 예술가들을 현혹시키며 영향을 줍니다. 이른바 자포니즘. 오늘 연주되는 드뷔시의 바다도 그 중 하나입니다.

“LA mer”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생각납니다. “그는 바다를 항상 ‘라 마르’라고 여겼다. 스페인에서 바다를 사랑할 때 이렇게 부른다. 가끔 바다를 나쁘게 얘기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조차 여성으로 생각했으며, 큰 은혜를 베풀어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무엇이라고 말했다. 어떤 젊은 어부들은 바다를 경쟁자나 장소, 심지어 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여성적이고 항상 미덕을 베푼다고 생각했다. 달이 여자에게 영향을 주듯 바다에게도 그럴 것 같았다.”

1악장 바다의 새벽부터 정오까지. 하프와 첼로 더블베이스의 둥둥 퉁기는 소리 후 잉글리시 호른이 주도하며 오보에와 목관악기들이 바다의 새벽을 그립니다. 새벽바다 이미지. 모든 악기 소리는 바다 물결처럼 일렁일렁 찰랑찰랑 거립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들으면 정말 바다에서 파도를 느끼며 일렁거리는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이 표현하는 바다, 호른과 트럼펫이 그리는 바다, 우르릉 우르릉거리는 바다,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일으키는 바다 물결이 크게 파도칩니다. 오케스트라 전체 소리 사이 간간이 들리는 하프 소리는 튀는 물방울 같고 한번 솟은 파도를 해변으로 밀어내는 소리들도 느껴집니다. 마치 지휘자의 지휘에 물살을 일으키는 듯 소리들은 출렁거립니다. 새벽의 고요한 바다는 잔잔한 출렁임입니다. 그러다가 커지는 소리는 높이 솟아오른 파도가 되어 객석으로 밀려옵니다.

2악장 파도의 장난. 톰과 제리의 장난처럼 도망가고 뒤따르는 긴박함이 음색으로 드러나고 이리저리 휩쓸리는 물결은 하프선율로 보이며 잉글리시 호른 소리는 튀는 물살입니다. 바이올린 솔로의 바쁜 물살, 플루트 소리는 반짝이는 물방울, 전체 총주로 드러나는 큰 파도. 꿈틀대는 클라리넷 소리. 실로폰 소리는 맑게 튀고 심벌즈 소리는 더 크게 튀고 바이올린 파트는 파도타기 물살처럼 솟구쳐 일어나고 한번 솟은 파도는 파도끼리 부딪치며 이리저리 흩어지고 비올라 파트에서는 낮은 파도가 일어납니다. 사방에서 일어나고 합쳐지고 튀고 흩어집니다.

3악장 바람과 바다의 대화. 더블베이스가 일으키는 폭풍 같은 바람이 일어나고 목관 파트에서 일어난 파도와 트럼펫이 부는 성난 파도가 바람에 일렁거립니다. 영상으로 듣다가 예당 아트홀에서 시향 연주로 들으니 바닷바람을 맞듯이 시원하네요. 음악으로 그린 파도가 눈앞에서 보입니다. 팀파니와 큰북이 우르릉거리며 큰 파도를 일으킵니다. 음악은 이렇게 바다의 실체가 되는군요. 플루트가 연주하는 소리는 고요한 바다 같네요. 오보에 소리도 잔잔한 파도 같고 실로폰 소리는 맑은 물살이었다가 갑자기 바다 전체가 솟아오르니 두려워집니다. 소리도 급박해지고 이리저리 옮겨갑니다. 바람은 파도를 일으키고 파도는 바람을 따라 일어나고 큰 파도는 작은 파도를 집어삼키고 모든 악기가 일제히 터질 때는 집채 같은 파도가 되며 덮치고 삼킵니다. 시원한 바다를 소리로 보고 들은 멋진 연주였습니다.

연주 후 들려준 앙코르 곡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2번 중 “파랑돌‘은 바다 바람을 맞으며 빙글빙글 신나게 추는 춤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