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교향곡 제4번 마단조, 작품 98

1악장. 이 선율에 마음을 빼앗겨 듣고 또 듣던 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 유명한 곡이라 빠져드는 게 아니라 음악 자체가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 곡입니다. 가을의 우수와 애수를 간직한 브람스 음악을 오늘 정명훈 님의 지휘로 듣습니다. 이 곡을 얼마나 많이 지휘했을까요. 대전 시향은 또 얼마나 많이 연주했을까요. 그럼에도 들을 때마다 새롭고 가슴을 울리는 이 선율. 저절로 선율을 따라 몸과 마음은 반응합니다. 서로의 합이 잘 맞는다고 해야 할까요. 음 하나하나가, 악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느껴집니다. 객석에서는 정명훈 지휘자의 뒷모습만 보이지만 영상을 통해 많이 봤던 얼굴 표정과 몸짓이 보이는 듯합니다. 이거죠! 1악장 특유의 음색과 리듬. 펼쳐놓았다 거두는 변화가 그동안 듣고 들었던 마음속 선율과 딱 맞아떨어지면서 감동하게 합니다. 연주 전 프리뷰로 클라라 홀에서 한동운 선생님이 들려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느린 연주보다 조금도 틈을 주지않고 몰아붙이는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연주를 더 좋아하는데 이 순간 들리는 연주도 너무 좋습니다. 한 음 한 음 아껴 듣는 마음으로 듣다보니 1악장이 벌써 끝났습니다. 아~ 이 아쉬운 여운.

2악장 시작의 호른 연주 좋습니다. 현악기의 피치카토 위에 클라리넷의 굵고 듬직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더 든든한 호른 소리가 뒤이어 흘러나옵니다. 클라리넷 연주 참 좋네요. 언제나 확실하고 멋진 연주를 보여주는 바이올린, 묵묵하게 받쳐주는 저음현악기 소리. 모두들 너무 멋진 연주입니다. 2악장의 느림이 춤곡처럼 아름답고 우아하며 고요합니다. 시원시원하게 긋고 켜는 현악기 소리. 낮은 음에서는 꽉 쥐고 흔드는 견고함. 정명훈 지휘자가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삽을 선물한 일화는 유명하죠.

“소리는 바로 여러분 안에 있습니다. 이 삽으로 자신 안에 있는 소리를 끊임없이 퍼내십시오.”

오늘 연주도 깊은 곳에 있는 브람스 음악의 정수를 아름다운 악기로 퍼 올리는군요. 2악장은 호른과 클라리넷이 주연입니다.

3악장. 각 악장이 다 나름대로 좋아서 한 악장을 고르라고 하면 어떤 악장을 고를지 참 고민될 것 같습니다. 연주 중 간간이 들리는 트라이앵글 소리도 참 맑습니다. 3악장은 우르릉거린다고 해야 할까요. 박력 있는 리듬과 활기찬 리듬이 매력입니다. 속으로 따라 부르게 만드는 리듬을 속으로 따라 연주하며 자꾸 자꾸 끝으로 가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합이 딱 맞는다고 할까요. 정명훈 님도 대전 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면서 참 연주를 잘한다. 참 좋다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4악장. 한슬리크가 이미 예언한 “어둠의 근원”이 4악장에서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파사칼리아 풍의 우직하고 듬직하고 변함없는 브람스만의 진지한 사색이 휘몰아치는 음악 속에 있습니다. 플루트의 애수 띤 선율을 뒤이어 클라리넷과 오보에가 받아 주도합니다. 잔뜩 감춰둔 소리의 폭풍은 잠시 후 터져 나올 것입니다. 그 소리의 소용돌이를 기다리는 두근거림.

몰려옵니다. 끝을 향해 휩쓸고 가는 소리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몰려옵니다. 가슴도 마구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며 연주의 빠르기에 같이 달립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음의 상승 구조. 하나의 파도 뒤에 다시 파도가 몰려오고 그 파도 위에 더 큰 음의 파도가 솟아오릅니다. 괜히 정명훈이 아닙니다. 이래서 위대한 지휘자라고 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아무리 위대한 지휘자라고 해도 그 지휘에 맞는 대전시향도 박수 받아 마땅한 연주를 했습니다. 관객들은 받은 감동을 환호와 함성과 박수를 마음에 담아 보냅니다. 몇 번의 박수 세례 후 앙코르 곡으로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을 연주합니다. 브람스 3단 콤보군요. 바이올린으로 쥐고 흔들고 거대한 파도로 휩쓸고 이제는 춤까지 추게 만드는군요. 꼼짝 않고 듣고 있지만 모두들 마음속으로는 헝가리 춤곡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있습니다. 터지는 함성과 박수. 모두가 브람스로 하나 되어 마음껏 취한 아름다운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