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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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를 타고 음악의 파라다이스를 향해 날아가는 기분
Name tapdongi
Date 2020-11-06 11시13분
언어는 의미와 기호가 결합된 것이지만 그 결합은 우연히 이루어진 자의적 관계라고 합니다. 상상의 새인 불새는 언어로 쓰고 음악으로 듣고 느낄 수 있는 음악으로 현재하는 것입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조심조심 몰려왔습니다. 오늘도 음악으로 위로받고 싶은 마음들이 붉게 물든 낙엽처럼 고운 기대감으로 예술의 전당을 찾아왔습니다. 무대에 배치된 악기는 다양한 화음과 소리의 불꽃을 예감하게 합니다.

딜리어스, 파라다이스로 가는 길

잉글리시 호른과 오보에, 호른이 현악기의 선율과 어울리며 조용하게 시작합니다. 클라리넷 소리가 이어 들리고 목관악기의 아름다운 소리. 제목 파라다이스로 가는 길. 음악이 있는 곳이 파라다이스가 아닐까요. 낙원의 아름다운 소리가 마구마구 흘러나옵니다. 처음 듣는 음악이 주는 새로움과 호기심에 빠져 모든 감각을 동원합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소리. 감미로운 오보에 소리. 크고 넓고 풍부한 오케스트라 소리. 높은음도 사랑스러운 금빛 선율들. 나른한 행복감에 젖어 연주에 심취합니다. 모두가 꿈꾸는 낙원의 아름다움이 연주로 펼쳐집니다. 영원하고 싶은, 그래서 그 아름다움이 더 아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끝이 났습니다.
불새를 연주할 더 많은 연주자가 들어옵니다. 불새를 기다리는 두근거림. 연주 전의 미묘한 설렘을 느낍니다.

스트라빈스키, 발레 모음곡 ‘불새’(1919버전)

서주. 더블베이스 소리를 직접 들으니 그 실체를 실감합니다. 낮고 굵게 깔리는 소리들. 조금씩 우르릉거리는 소리들. 트레몰로로 합쳐지고 현을 미끄러뜨리는 하모닉스 소리. 긴장된 안단테 선율. 숨죽인 소리가 그 실체를 감추다 급박해진 현악기와 높은음으로 지저귀는 목관악기 소리와 다양한 박자와 리듬, 소리가 한데 어울려 톡톡 튀는 소리의 물방울들은 반짝 빛납니다. 공주의 원무. 바이올린과 오보에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이 첼로와 클라리넷 바순으로 이어지며 아름다운 공주를 불러들입니다. 모든 악기는 공주를 위해 연주합니다. 공주는 오보에가 되었다 첼로가 되었다 클라리넷에서 바순으로 오가며 들립니다. 이야기 속 공주는 갇혀있어 더 슬프고 애틋한 아다지오 선율로 들립니다. 아름다운 소리의 이어짐. 맑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듯,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듯 아름답고 순수한 소리입니다.
카츠제이 왕의 죽음의 춤. 금관악기가 카츠제이 왕의 무섭고 끔찍한 소리를 토합니다. 큰북이 쿵쿵 울리면 깜짝 놀라 가슴은 두근거리고 나무 실로폰 소리와 트럼본 소리가 합해지며 가슴을 울립니다. 빠르고 높고 큰 소리는 찌르고 두드리고 켜고 불며 터지고 깨집니다. 몰입한 연주자들의 몸짓이 소리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죽음의 춤은 이렇게 두렵고 끔찍한 것이겠지요. 모든 악기와 리듬을 조율하고 지휘하는 저드 님의 손길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소란한 소용돌이가 가라앉고 자장가. 바순이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되는 곡이 있을까요. 바순만의 독특한 울림소리에 저절로 눈감고 듣습니다. 잠처럼 감미롭고 편안하게 스며드는 바순 소리. 바순 소리에 폭 빠져 포근한 솜을 베고 누운 듯 행복한 선율에 젖어 듣습니다. 깊고 깊은 잠의 나락. 평화로운 꿈의 세계로 깊이 깊이 빠져듭니다. 피날레. 후이 리 씨의 호른 소리는 하프 소리와 바이올린 소리와 겹쳐지며 잔잔한 선율의 파도처럼 밀려오고 부풀어 오르며 가장 크게 솟아오릅니다. 소리에 따라 듣는 마음도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맑은 트라이앵글의 울림. 쿠앙~ 쿠앙~ 따르르릉. 거대한 흰수염 고래가 물을 뿜으며 바다 위로 솟구쳐 올랐다가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것처럼 소리의 파도는 최고로 솟아올랐다 끝이납니다.
연주의 순간을, 소리의 한 부분을 잡아놓고 싶은 마음에 적어보지만, 바닷물에 뛰어들어 몸에 젖은 물기만 남고 바다를 모두 느낄 수 없는 것처럼 불새의 다채로운 소리를 글로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언어는 그래서 늘 단편적이고 허망합니다.

슈만, 교향곡 제4번 라단조, 작품 120

1악장 상당히 느리게-기운찬. 한 덩어리의 소리로 느끼는 것이 교향곡을 듣는 즐거움입니다. 그 일체감이 몰입하게 만들고 소리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며 느리게 그러다 빨라지고 깊고 넓은 소리의 웅덩이를 건너고 재잘거리는 소리의 자갈밭도 걸으며 그 세계에 빠져듭니다. 서로 주고받는 소리들. 악기의 대화를 지긋이 바라봅니다. 낮은음의 악기는 듬직하고 느긋하며 여유롭고, 높고 맑은 소리의 악기들은 이리저리 뛰고 반짝거리며 종종걸음처럼 명랑하게 들립니다. 슈만이 초대한 아름다움의 세계에 악기들은 제각각의 개성 있는 소리로 드러나기도 하며 받쳐주기도 하며 이어주고 끌어주며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1악장의 활기찬 리듬은 들을수록 신이납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깨끗한 선율이 기분 좋게 만듭니다. 저드 님도 선율 위로 둥실둥실 가벼운 몸짓으로 지휘합니다. 언제 들어도 시원한 금관악기의 내뿜는 소리.
2악장 로맨스(상당히 느리게). 첼로 소리가 오보에 소리와 함께 맑고 아름답게 들립니다. 로망스 선율. 가장 아름다운 음들로 꾸민 소리들. 선율 속 바이올린 솔로 소리는 한줄기 빛처럼 반짝 빛납니다. 따라 부르고 싶은 음들을 속으로 흥얼거리며 아름다운 선율을 만끽합니다.
3악장 스케르초-활기차게. 스케르초의 독특한 리듬이 매력적입니다. 금방까지 조용하던 소리가 발랄하게 웃으며 빠른 춤을 추는 소녀처럼 귀엽고 예쁜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옵니다. 사랑스럽고 젊은 생기가 가득한 스케르초 악장. 여기저기 팡팡 터지는 불꽃을 잡아둘 수 없는 안타까움처럼 잡히지 않는 무지갯빛 아름다움이 객석 가득 넘실거립니다.
4악장 천천히-활기차게. 아타카(attaca). 전 악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아름다움의 세계에 오롯이 빠져들게 만듭니다. 꽉 찬! 시원한 소리들. 금관을 꽉 채운 매끈한 소리. 현을 분명하게 켜는 소리. 함께 걷는 리듬의 경쾌함으로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게 같이 음악에 취해 같이 춤추고 뛰고 걸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딱! 딱! 맞아떨어지는 리듬의 일치감. 점점 솟아오르는 소리들. 터지는 음들. 스타카토처럼 켜는 현들. 힘찬 호른 소리는 끝을 예감케 합니다.
전체 4악장이 하나의 악장처럼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한눈팔 새 없이 흘러 흘러 하나의 강물처럼 여기까지 왔습니다. 고개를 살짝살짝 끄덕이고 신발 속 발가락으로 박자를 맞추며 몸속 호흡도 함께 맞춰 연주합니다. 연주할 맛 나겠네요. 지휘할 맛 나겠어요. 듣는 즐거움도 최고입니다.

속으로 삼킨 함성을 담아 기립하여 박수를 보냅니다. 오래도록 고마운 마음과 감동의 마음을 담아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 박수를 보냅니다. 내 박수가 저드 님에게 가 닿기를, 멋진 연주를 해 준 단원들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박수를 보냅니다.
[답변] 불새를 타고 음악의 파라다이스를 향해 날아가는 기분
Name 교향악단 Date 2020-11-11 11시35분

tapdongi님 후기 감사드립니다.


한 곡 한 곡 설명해주신 글을 읽다보면 마치 글이 살아서 연주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도 찾아주심에 감사드리고, 


저희의 공연이 한 해를 마무리해가는 이 때에 tapdongi님의 삶에 작은 행복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올해 다가올 공연에서도 만나뵐 수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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